6도의 멸종 -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녹고 있는 지구를 냉동실로

-마크 라이너스,6도의 멸종, 세종서적, 2008.를 읽고 쓴 서평

 

6개의 열쇠

 

지구온난화’,‘기후변화’,‘지구 평균 기온 상승’,‘탄소 배출’,‘부메랑’,‘후회’. 이 단어들은 환경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마크 라이너스의 책‘6도의 멸종에서 내가 뽑은 키워드 6개이다. 6개의 단어를 보고 난 후에는 이 책의 주제와 전체적인 흐름,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유추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또한 아직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 책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중심으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인간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비록 아직 이 책이 널리 알려져서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런 서평 같은 매체로 책을 소개하는 자리를 통해 널리 알려지고, 더 많이 언급되고, 책의 진가가 보이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된다면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도운 모든 인물, 그리고 나 또한 정말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우리 지구가 달라졌어요

 

‘6도의 멸종이 내 손에 처음 들어왔을 때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표지에 있는 아이스크림처럼 녹고 있어 당장 냉동실에 집어넣고 싶게 보이는 지구 일러스트였다. 마치 지구가 사라져가는 것 같아 책 제목과 어울리며 책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크게 일으켰다. 그렇게 책을 펴기도 전에 지구의 기온 상승으로 지구가 아이스크림 녹아내리듯이 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었고 책을 읽으면서 이 일러스트가 계속 생각나기도 했다. 페이지를 한 장 넘기자 책의 목차가 나왔다.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과 그것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상황 하나하나 소제목을 붙인 것이 보였고 차례 하나마다 작은 제목이 7개 정도 있었다. 자칫 소제목이 너무 많아 책을 읽는 도중에 중간중간 흐름을 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책 줄거리를 읽지 않고도 각 차례의 핵심 키워드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머리말에서 이 책이 우리의 삶을 담고 있는 지구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보다는 대부분 최악의 상황을 염두 하고 있다는 것, 마지막 문장에서 지옥으로의 여행으로 떠나보자고 한 것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본문에서의 흥미진진한 전개를 예고하고 있어 인상 깊었다. 머리말에서 예고한 것처럼 본문의 내용은 과학자들의 연구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어두운 미래를 점쳤다. 책 맨 뒤에 참고한 문헌의 출처가 30페이지가 넘는 것에서 작가가 이 책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알 수 있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주장만 하는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명확한 수치를 제시하면서도 근거가 확실하고 그만큼 더 자세하고 더 깊게 분석해낸 이 책이 그런 점에서 신뢰가 갔다. 그리고 책 주제의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비문학 서적을 읽기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이 마음에 쏙 들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소설, 만화와 같은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연구 자료가 많이 인용된 만큼 전문적인 과학용어가 머리를 아프게 하고, 지구과학 교과서처럼 읽히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확하고 믿을만한 자료는 이 책이 말하고 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편하게 하고 책을 읽을 때 조금만 더 집중한다면 머릿속으로 책의 내용을 그릴 수 있을 만큼 몰입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저지대 섬나라들의 소멸 위기, 그린란드의 빙하가 모두 녹아 멸종위기에 놓인 많은 생물 등 내가 알고 있던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사례뿐만 아니라 말라리아의 번식, 아메리카 대륙의 슈퍼 허리케인 등 지구온난화와 관련 없어 보이는 생각지도 못했던, 세상 곳곳의 멍든 부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인간이 무심코 한 행동이 부메랑처럼 큰 피해로 돌아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더는 평소처럼 분리수거가 귀찮아 쓰레기를 한군데에 몰아서 버리고, 하루 내내 에어컨을 틀고 뒹굴뒹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구에는 온난화 안전지대가 없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더 이상의 방관과 무관심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 같이 한두 사람의 관심이 아닌 모두의 관심만이 가까워진 끔찍한 결말을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집에서부터 환경을 생각하고 가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절약을 실천하여 모범이 되어야 주변 사람들의 지구환경에 관한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에서 시행하는 쓰레기 분리수거나 환경 캠페인 같은 활동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이 차곡차곡 모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재생 에너지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고 유럽이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안으로 변하고 에너지 생산 시스템이 변화하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하나 생기기 시작했다. 작가는 책에서 국가들이 화석연료 배출문제를 외면하고 서로 떠넘기고 있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화석연료를 바이오, 풍력, 원자력 등으로 대체하고 탄소 배급제를 시행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 저탄소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탄소 배급제는 적정 탄소 배급량을 지급하여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의 소비에 제한을 두는 정책을 말한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이 아직 인류가 수천 년을 살아온 삶의 터전인 지구를 포기하기엔 이르다.

 

지구야, 바람 좀 쐴래?

 

‘6도의 멸종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문장은 이 책을 대중에게 설명하면서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구 기온이 2, 4, 6도씩 올라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밤과 낮의 기온 차이가 15도씩 나는 것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변화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다. 목요일 기온이 수요일보다 6도 높다는 것은 외투를 집에 두고 나오면 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하지만 지구의 평균 기온이 6도 상승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이다. 나 또한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에 대해 가볍게 생각한 대부분의 사람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이 문장을 통해 깨달았다. 지구는 우리처럼 옷을 입고 벗거나 열기를 식힐 선풍기가 없다. 더우면 더운대로 고통받는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는 것은 우리가 사는 지역 기온이 올라가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느끼기에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가는 쪽이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 기온이 올라갈 때는 냉방기를 가동하거나 시원한 음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올라간다면 이미 한참 늦은 것이다. 인간이 살던 지구가 아닌 인간이 살 수 없는 지구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이 문장은 이 책의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다. 우리가 체감하는 지구의 변화보다 실제로 변화하는 지구의 모습이 더 앞선다는 생각이 들자,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경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구가 병들어가는 모습을 미처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또한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지구온난화라는 주제에 대해 무감각하고 관심조차 주지 않으며 지구를 병들게 하는 나를 찾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니 지구온난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이런 암담한 사실들을 알고 어떤 심정으로 연구했을까 하고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다음 문장이 과학자들의 심정을 가장 잘 대변한다. ‘아니면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서 늦기 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등의 캠페인을 벌이도록 유도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도록 말이다.’이 문장에서 나는 과학자들이 우리에게 간절하게 지구온난화에 대해 주목하고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라고 외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잡지에서, 또는 다른 곳에서 우리는 이 문제를 자주 듣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한 모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모습을 지켜보는 과학자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연구하면서 더 나은 지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마음이 공감되고 책을 읽으면서 더 멋있게 느껴졌다.

 

꿈도 희망도 없는 섬

 

지구촌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크게 고통받고 있는 이웃들이 많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사례를 여럿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투발루의 사례이다. 오랜 시간 누적되어온 온실가스의 배출로 인해 한때 관광지로도 사랑을 받았던 남태평양에 자리하는 인구가 10000명이 조금 넘는, 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작은 섬나라인 투발루는 지구에서 가장 먼저, 수십 년 이내로 지도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투발루는 섬 2개를 잃었고 나머지 섬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의 배출을 멈추더라도 해수면은 몇 년간 멈추지 않고 계속 상승하여 결국 투발루를 집어삼키게 될 것이다. 국토 최고점의 해발고도가 4m이고 평균적인 해발고도가 3m로 지형이 평평한 투발루는 이미 국토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긴 상태이다. 사람들이 마시는 지하수에 바닷물이 섞이면서 바닷물의 소금기로 인해 식수가 짠물로 변해버리고 있어 투발루 국민이 마실 물조차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 되면서 식물도 자랄 수 없는 땅이 되어가고 있다. 투발루에 비가 올 때마다 사람들은 집안에 차오르는 물을 퍼 나르고, 힘들게 키워온 농작물을 잃고, 코코넛 나무가 뿌리를 드러내고 쓰러져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투발루 사람들은 침수를 막기 위해 방조제를 쌓고, 바다의 강한 염분을 견뎌낼 수 있는 맹그로브 나무를 심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큰 허리케인이나 폭풍우가 투발루를 잘못 덮치기라도 한다면 투발루는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슬프게도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투발루를 구할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서 바다가 변했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려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바닷물의 높이가 높아졌다. 1960대 이후 해마다 1.8mm씩 상승하던 해수면이 1990년 들어서 해마다 3.1mm씩 높아지면서 해수면 상승속도가 빨라졌다. 1993년 이후 투발루의 해수면은 9cm 넘게 상승했다. 그렇다면 투발루가 바닷물에 잠기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이 산업혁명 이후 배출해오던 이산화탄소로 인한 기후변화이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연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9.73t, 호주는 17.53t, 뉴질랜드는 8.04t에 이르렀지만, 투발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46t에 불과했다. 재해의 원인이 투발루에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투발루는 너무나 큰 고통을 겪는 것이다. 투발루를 바다 밑으로 밀어 넣고 있는 부유한 국가들은 이런 투발루의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서로 책임을 미루며 외면하고 있다. 투발루는 이웃 국가들에 자국민을 받아줄 것을 호소했지만 뉴질랜드를 제외한 국가들은 모두 거부하였다. 이민을 허락한 뉴질랜드 역시 40세 이하로 영어를 잘하고 뉴질랜드에 직장을 가진 사람만을 20027월부터 몇십 명 받아들인 것이 전부이다. 이렇게 다른 국가로 이민 갈 여건조차 되지 않는 투발루의 사람들은 인류 최초로 기후난민이 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몇몇 국가들이 개발과 편리를 위해 사용한 에너지의 대가를 이것과 전혀 관련이 없는 섬나라 사람들이 치르게 된 것이다. 투발루 사람들은 침수를 막기 위해 방조제를 쌓고, 바다의 강한 염분을 견뎌낼 수 있는 맹그로브 나무를 심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투발루의 사례를 읽고 내가 찾아낸 비슷한 주제의 작품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모두 녹아내려 지구의 대부분이 잠기는 영화워터월드이다. ‘워터월드는 기후변화가 발생한 지구의 극단적인 상황을 잘 보여준다. 영화에서의 지구는 온난화로 인해 빙하 전체가 녹아내리고 지구 전체가 물에 잠겨 인류의 문명이 수중에 가라앉게 된다. 수백 년 동안 인간들이 행해오던 자연훼손이 지구를 덥히고 북극의 얼음은 물로 변해 인간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간다. 살아남은 몇몇 생존자들은 바다 위를 표류하는 생활을 하게 된다. 인간의 역사를 담은 잔해들 위에 생존자들은 인공섬을 만들고 생존을 위한 경쟁을 하게 된다. 온 세상이 물로 뒤덮인 워터월드에서는 한 줌의 흙, 한 잔의 깨끗한 물이 다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이들에게는 드라이랜드라는 지구의 마지막 육지를 찾는 것이 최후의 희망이다. 이 영화는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고 소비와 자본주의의 쾌락을 즐기던 인류에게 결국 남는 것은 극단적인 빈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가 워터월드 같은 비극적인 상황으로 가지 않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마 투발루의 사람들은 이 영화에 더 깊게 공감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처럼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코앞의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영화 워터월드를 소개한 이유는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지구온난화의 피해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공감 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이 영화와 같은 상황이 우리에게 닥쳐온다면 정말 절망스럽고 공포를 느낄 것이다. 학교, , 도시, 국가가 사라지고 온 주변이 물로 뒤덮인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꿈도 희망도 없는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6도의 멸종에서 이렇게 현실처럼 다가오는 투발루의 절규가 가장 인상 깊었고 지구온난화 문제를 마냥 남의 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또 미래 지구에서 살게 될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 이 책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구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더는 외면하려고 하지 말자

 

해가 지날수록 항상 이론으로만 접하고 넘기던 지구온난화가 점점 피부로 와닿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나오는 기후변화의 내가 사는 이 땅에서 벌어지는 느낌이다. 매년 내가 사는 이 지역의 평균 온도가 올라가고 있고 올해 여름은 다른 해와 달리 유난히 더 덥고 더 길게 느껴졌다. 그렇게 느낄 만한 것이 이번 해 여름은 해가 떠 있는 시간 내내 30도를 넘어가는 더위를 반복했다. 고등학교에서의 첫 해 학교생활은 물 흐르듯 빠른 속도로 지나갔지만 뜨거운 여름 날씨는 끈적한 내 땀이 흐르듯이 느릿느릿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끝을 모르는 더위가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자 나는 두손 두발 다 들고 날씨에 맞추어 내 생활 리듬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잠을 잘 때, 내가 아무리 옷을 얇게 입고 창문을 다 활짝 열어놓고 잠을 자려 해도 내 방은 찜질방같이 더웠고 나는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어렸을 때는 선풍기 한 대로도 온 가족이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만족했지만 요즈음 여름은 에어컨 두 대를 최저기온으로 설정하고 하루 내내 가동해도 땀이 흘러 몸이 끈적할 때도 있다. 더운 날씨를 가장 크게 느낄 때는 친구들과 야외에서 축구를 할 때였다. 30도가 넘는 치명적인 날씨에 한껏 올라온 열정이 타버려 30분이 안 되어 공을 차는 것을 포기하고 그늘로 기어서 들어가고는 했다. 유난히 더운 날에는 펄펄 끓는 날씨를 이겨내지 못하고 심지어는 일사병에 걸려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구토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내 식생활에서도 더운 날씨에 맞추어 큰 변화가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뜨거운 음식인 라면, 국밥 등을 입에 대지 않고 차갑고 얼어있는 음식을 극단적으로 찾게 되었다. 밥을 먹을 때에 항상 차가운 물을 옆에 두고, 하루에 아이스크림을 무려 3개씩 입에 달고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배탈이 날 법도 하지만 배탈이 난 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내 위도 내 피부가 느낀 것처럼 더위를 느꼈나 보다. 반대로 겨울은 이전보다 더 추워졌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여름이 어찌어찌 지나가고 아직 살인적인 더위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 짧은 시간에 엄청난 가을 추위가 나를 순식간에 찾아왔다. 아직 내 장롱에는 긴 팔 윗도리가 준비되지도 않았는데 가을이 되자마자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초겨울 맞먹는 추위가 나를 시험했다. 마치 봄과 가을이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부랴부랴 따뜻한 옷을 서랍에서 꺼내입고 여름과는 반대로 따뜻한 열기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름과 완전히 대비되는 추위를 겪을 때 여름의 지나치게 따뜻한 열기가 절대 그립지는 않았다. 이렇게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더위와 추위를 온몸으로 겪고 나니 전보다는 지구온난화라는 주제에 대해 더 민감해지고 더 적극적으로 관련된 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변화가 생겼다.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지구의 기후변화에 무감각할 수 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이 문제는 언젠가는 반드시 지구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어쨌든 내가 느꼈던 지구의 변화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았고, 나와 같거나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지구를 보호하는 것에 앞장서기를 바랄 뿐이다.

 

갈림길 앞에서

 

독서 목록에 나열되어 있던 수백 권의 책 중에서 내가 ‘6도의 멸종을 선택하게 된 이유로는 책의 표지에서 먹음직스럽게 녹아내리고 있는 지구 일러스트나 썩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은 제목보다는 내가 열 몇 개의 과목 중에서 과학을 가장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환경 쪽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도서를 찾아내려 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지구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고 재미있어하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은, 절대로 쉽지만은 않았다. 먼저,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과학적, 분석적이고 어려운 설명이 많아서 이해하는 데 다른 책들을 읽었을 때보다 더 오래 걸렸다. 그렇다 보니 중간중간 이해가 잘 안 될 때마다 책을 읽는 속도가 느려질 때도 있었다. 이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은 큰 도전이었지만 결국 시간을 투자하여 책을 다 읽고 나니 새로운 지식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까지 하고 있던 잘못된 행동들을 되돌아보기도 했고 지구온난화 진행을 늦추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전보다 한층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좋은 기회였다. 나는 이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단순 독서를 넘어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 의미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책‘6도의 멸종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과 같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속히 해결하고 지구와 소통하며 살게 될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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