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쿠튀르를 입은 미술사 - 명화 속에서 찾아낸 세기의 트렌드
후카이 아키코 지음, 송수진 옮김 / 씨네21북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그림이라는, 화가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낸 천(캔버스). 그 천에 재현된 것은 인간의 손에 만들어 낸 천, 즉 옷이다. 이중의 의미가 있는 이 풍요로운 천에 빛을 비추면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미술사가 탄생된다.” - 오트쿠튀르를 입은 미술사 중에서 292

 

몇 년 전 갔던 프랑스 국립 베르사유 특별전이나 바로크, 로코코 시대 궁정문화전을 다녀온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영국과 프랑스의 왕실문화와 조각, 장식, 복식을 엿 볼 수 있는 전시는 언제 봐도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그 중 제일은 복식사,,, 자연스럽게 드레이프 된 치맛단이나 벨벳 같은 부드러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천의 질감을 표현한 그림들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아직도 그 태양왕이라 불릴 정도의 절대 왕정을 대표했던 루이 14세의 은회색의 털 망토(무슨 털일까? 보드라울 것 같던디,, ^^;;;)와 지팡이, 칼 왕관과 갑옷, 그리고 발목을 감싸 안은 띠와 구두, 그리고 프랑스하면 떠오르는 또 한 사람, 왠지 철부지일 것만 같은 루이 16세의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에 담겨있는 드레스나 장신구들, 두툼한 아랫입술과 주걱턱을 가리기 위해 사용된 부채와 가슴까지 U자로 깊게 팬 드레스, 그리고 치마폭을 넓히기 위한 패티 코트, 90센티나 되는 모자가 당시 여인들에겐 패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찬란함을 자랑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트쿠튀르를 입은 미술사>는 바로 이러한 시각을 가진 전문가인 복식연구가이자 큐레이터인 후카이 아키고가 패션이란 도구를 통해 명화를 보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책이다.

 

 

케이블 TV 도전 슈퍼모델에 자주 등장하는 오트쿠튀르 의상,,, 이 오트쿠튀르 의상을 잘 표현해야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럼 오트쿠튀르란 말은 무슨 말일까? 이 오트쿠튀르는 최신 유행의 고급 맞춤옷을 뜻한다. ‘에르메스’, ‘루이뷔통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이 오트쿠튀르에서 출발했다할 수 있겠따. 암튼,,, 오트쿠튀르 의상 같은 화려한 옷은 아니지만,,, 인류가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인물은 그림 속에 등장한다. 그리고 누드가 아닌 이상 사람을 그리면 옷도 그리게 마련이다. 동굴벽화나 중세의 그림, 종교화, 역사화, 풍속화, 그리고 19세기 후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에도 옷은 그림 속 인물이 놓인 상황, 즉 모델에 대한 사회적 지위와 성격, 취미, 화가에 대한 기량이나 사회적 지위, 시대에 대한 정보 그러니까 유행이나 시대의 이상, 미의식, 사회구조, 산업형태, 교역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모나리자의 그림 속 옷을 통해 15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초상화 속 여성과 남성의 복식사를 그려나가고 있고(그러나 화려한 의상이 유행하던 시절, 모나리자 옷에 드러나 있는 다빈치의 의도는 인간의 신비롭고 고결한 정신이고 복식 유행을 뛰어넘는 영원한 여성미와 이상적인 인간을 표현하는데 목적이 있었으리라,,,로 저자의 생각으로 결론지어진다.), 또 피터르 브뢰헬의 <사육제와 사순절의 싸움>이란 그림을 통해 그 시대 흥미로운 생활상이 담겨있는 풍속화의 즐거움을 논하고 있다. 특히 브뢰헬의 이런 풍의 그림을 좋아하는지라,, 사실,,, 전시장에 가면 이런 그림 앞에서는 한참을 떠날 줄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모습 속 이야기가 숨어있으니 말이다. 브뢰헬의 풍속화처럼 일본의 풍속화 우키요에나 우리나라 김홍도나 신윤복의 풍속화에서도 그 시대의 풍속이나 유행하던 복식사를 감상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풍속이나 복식 유행은 화가들에게 참신한 테마의 도전이자 어떻게 표현해야하나?라는 창의력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른지도 모르겠다.

 

그림 속 천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당대 유행과 문화,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울트라 마린빛 머리띠와 르느와르 작품 속 등장하는 엄격하고 우아한 블랙의상을 통해 당대 높은 가격의 염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마네, 모네, 드가, 르느와르 등 많은 화가들의 작품 속 등장하는 파리지엔을 통해 기성복의 등장과 오트쿠튀르의 탄생, 그리고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창설까지 정말 놀라운 얘기들을 풀어낸다. 사실 프랑스나 영국 궁정사나 복식사 전시를 보면 아하~ 명품들의 문양이나 색감을 여기서 영감 받았구나 싶을 때가 참 많았는데,,,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이야... ^^;;;

 

사실,, 그림만큼 그 시대 역사상,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때문에 그림은 보는 관점에 따라 열려있는 장르란 생각을 다시금 갖게 만든 책이었다. 패션으로 읽는 명화, 특별한 세계, 오트쿠튀르의 세계로의 초대에 우~아하게 발을 디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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