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별미 - 요리선생 라자냐가 글로 차려낸 식탁
강선옥 지음, 박재진 사진 / 톨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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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선생 라자냐,,,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오면, 가기엔 너무 먼 그녀의 쿠킹클래스의 새 프로그램이 올라오면, 언제나 클릭! 언제부턴가 네** 블로그에 요리 파워블로거가 아닌 일상 블로거가 돼 버렸다는 그녀의 한탄은 풋~ 터져 나오는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만큼 그녀의 일상은 인간미가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물론 요리선생이 요리로 파워가 아닌 소소한 일상에서 파워를 내 보임은 그녀에겐 아쉬움이 좀 따를 수도 있겠지만,, 하하,, - -;;; 그런 그녀가 책 출간해요!”를 외쳤을 때,, ,, 요리선생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싶었는데,,, 하하,,, 전문적인 레시피가 담긴 요리책이 아니라,,, 일상파워를 보여주는 에세이였다는,,, 하하,,, - -;;; 요리 파워 블로거가 아님을 아쉬워하지 않았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녀의 글엔 참 많은 것이 담겨있다. 따뜻한 음식 한 그릇과 더불어 추억 어린 옛 기억들, 그리고 노처녀로서의 동류의식을 느낄 수 있는 분개, 햇살 내리쬐는 창가에서의 말랑말랑한 달콤함,,,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인생과 음식에 소담스럽게 담겨 펼쳐진다. 사람의 관계를 온화하게, 다감하게 만들기에 가장 좋은 매개체는 바로 음식일 것이다. 그런 음식을 배우고, 만들고, 가르치고, 대접하는 그녀이기에 아마 더 맛깔스런 이야기들이 더 많을른지도 모르겠다. 신 김치를 폭~ 익혀 매콤하게 끓여낸 김치찌개, 반들반들 윤기를 내며 노릇하게 익혀진 삼겹살, 혹은 한입 먹으면 이내 녹아버리고 마는 보들보들한 케이크, 쌉쌀한 향과 진한 여운이 좋은 블랙커피, 세상엔 수많은 음식이 있고, 저마다 그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답 끝엔 항상 사람이, 추억이,,, 존재해있음을 그녀가 새삼 깨닫게 만들어 주고 있다.

 

영화도 좋고, 여행도 좋지만 음식이야말로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아름답게 유지할 수 있는 수단, 방법 같아요. 누군가와의 시간을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 혹은 요리를 하지 않고 식당을 찾게 되더라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그것이 최고의 음식이죠” - 라자냐 강선옥

 

남자친구와 자주 갔었던 남산 도서관의 부실한 매점에서 먹었던 컵라면과 은박지에 싸놓은 김밥, 먹고 싶지 않게 생긴 유부우동에선 내 고삐리 시절 학교 식당에서 팔던 그 꼬막 껍데기만 잔뜩 들어가 있던 짬뽕, 하지만 야자타임 전에 항상 그 짬뽕 한 그릇 뚝딱 해치웠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고, 소개팅 후 그래, 세 번은 만나보자.’란 굳건한 결심으로 만난 남자, 하지만 세 번의 식사시간 모두 일식집에서 가장 맛있는, 하지만 하나 밖에 없는 깻잎 튀김을 낼름 세 번 다 혼자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뻥 차버렸다는 사연엔,, 남들은 뭐 그런 사소한 일로 남자를 그만 만나느냐 싶지만,, 노처자인 나로썬 심히 공감할 수밖에 없었음이다. 그 사소함에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인 배려를 잊고 사는 남자가 될 수 있음이니 말이다. 그리고 브런치를 탐하는 여자들을 된장녀로 몰지 말라는, 돌을 던지지 말라며,, “그리고 뉴욕에 사는 캐리(섹스앤더 시티 여주인공)도 아니면서 브런치를 탐하는 우리에게 돌을 던지지 마라. 언제 우리에게 방쪼가리만 한 위로라도 해준 적이 있는가. 브런치에는 스스로를 위한 절박한 위로가 담겨 있으니, 우리들의 브런치를 위해. 치어스!” - 이리 항변하는 그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추억은, 별미>,,, 라자냐 강선옥이 풀어놓은 요리에 깃든 기억들은 우리에게도 추억을 선사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야매 요리선생으로 칭하는 그녀의 쿠킹 클래스를 방문하고 싶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햇빛 잘 드는 부엌, 키친에이드 반죽기, 편집이 훌륭한 요리책,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넉넉한 시간’ 6년 전 그녀의 블로그를 소개했던 프로필이다. 아마 이후의 그녀의 삶은 하이네켄의 크리스피함을 논하며, 굴튀김의 바삭한 격려로 일상을 다독이며, 한모금만 마셔도 두근거림과 따스한 충만감을 느낄 수 있는 핫초코의 그 달콤쌉쌀함을 요리를 통해 전하며 살지 않을까?

 

샤브샤브를 끓여내는 과정이 인생의 그것과 같다고 할 때,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채소를 다 먹고 나서 이제 막 쇠고기를 두어 점 익혀 먹기 시작한 지점이었으면 좋겠다. 이십대의 풋풋한 채소는 이미 넉넉히 맛보았고, 경험과 지혜의 마블링이 새겨 있는 쇠고기가 아직 접시에 듬뿍 남아있는 상태라 앞으로 내 인생에 좀 더 깊고 풍부하며 든든한 맛이 녹아들면 좋겠다”- 라자냐 강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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