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급 슈퍼 영웅 NFF (New Face of Fiction)
찰스 유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모든 이야기는 실패한 것들이에요. 내가 말한다. 모든 사실적 이야기는 이상적인 이야기가 되려다가 실패한 이야기들이에요.” - 찰스 유의 3등급 슈퍼영웅 ‘사실주의’ 중에서 (174쪽)

 

3등급 슈퍼영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떠오른 단어는 “잉여”였다.

인터넷에서는 말 그대로 '남아도는' 혹은 '쓸모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지만 최근엔 주로 미취업이나 실업 상태인 사람들을 비웃거나, 잉여스러운 사람들이 스스로 자조 섞인 뉘앙스로 표현할 때 쓰이기도 하고, 보다 더해진 의미로 일을 제대로 못해 내거나 시간이 남아돌아 쓸데없는 짓으로 시간을 죽일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잉여란 단어는 시간이나 생산물 등 사물에 쓰였던 단어였는데,, 19세기 러시아의 “잉여인간의 일기”와 1958년 손창섭의 “잉여인간”이란 소설의 소재로 활용됐던 것이 사람과 결합해 쓰이기 시작했다. 투르게네프의 잉여인간에서는 혼란스럽고 모순적인 사회에서의 지식인들을 표현했고, 손창섭의 잉여인간은 쓸데없고 쓸모없는 사회악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음,,, 3등급 슈퍼영웅에서의 인간들은 후자에 속하다 하겠다.

 

과연 그들을 잉여스럽다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내 얘기일수도 있는데 말이다.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의 작가 찰스 유의 11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는 주인공들에겐 이 우리가, 아니 스스로가 자신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그리고 고독과 외로움, 쓸쓸함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주인공들이 수식과 부등식으로 우리에게 철학적 얘기를 건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우리에게 건네고 있는 얘기는 쓸쓸함과 고독, 외로움이 아닌 스스로를 인정받고 싶고, 스스로 나도 행복 하고 싶다는 비명과도 같은 절규임을 나는 느꼈다.

 

“이제, 당신은 안타깝다고 말하라.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당신은 그 사실을 알고, 당신은 당신이 그 사실을 안다는 것을 알고, 당신은 당신이 그 사실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 당신은 당신 자신에 대해 무한히 많은 수의 것들을 알게 되고, 이 무한한 희귀는 소멸점까지 계속 쌓여나간다. 성명서들의 계층 구조는 점점 더 길어지고 점점 더 추상적이 되면서 저 멀리로 자꾸만 후퇴하고 세상에서 계속해 멀어지며,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고, 모두가 진실이다.” - 찰스 유의 <3등급 슈퍼영웅> 중 ‘증오와 명예가 달린 2인용 무한 연관 동시 반협력 게임’ 중에서 (153쪽)

 

소통 불가능한 인간관계, 개인의 자괴감과 고독, 외로움을, 그리고 한없이 삐딱한 시선을 통해 세상사는 생각처럼 녹록치 않지만, 괴짜 같은 유쾌하다 못해 이해 불가능할지도 모를 주인공들은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꿈을 버리지 못하며, 스스로에 대한 끈을 버리지 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로 '세상을 바꾸기 전에 너 자신을 바꿔라', '긍정의 심리학' 같은 공자 촛대뼈 까는 소리(? 음,,, 고리타분한 얘길 할 때면 꼭 나에게 이런 무지막지한 발언을 하셨던 사수가 있었던지라... ^^;;;)는 집어치우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을 포기하는 듯 포기하지 못하는 그들을 통해 우리가 마지막까지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쩜, 희망이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을 읽어 내려가며 얻게 된 가장 소중한 행복이었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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