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 - 테이트 모던에서 빌바오 구겐하임까지 독특한 현대미술로 안내할 유럽 미술관 16곳을 찾아서
이은화 지음 / 아트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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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을 목표로 시립미술관 개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울산이기에 현대미술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지역 신문이나 방송에 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해 문화도시로 거듭난 도시 빌바오 얘기도 성공 케이스로 종종 등장하니 말이다. 사실,, 한 도시의 문화와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미술관과 박물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유럽,, 특히 현대미술관들을 돌아본다는 건,,, 유럽의 문화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단 얘기가 될 수 있겠다. 얼마 전 서울을 방문했을 때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한국의 국보급 전통미술과 뛰어난 근현대 한국미술과 외국미술, 국제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시공을 초월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걸 보면서 “와우” 탄성은 저절로 입술을 뚫고 감탄사를 연발케 했고, 특히 현대미술 쪽 작품들은 작가부터 작품들 하나하나 보고 있노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을 정도니 말이다. 뭐,,, 아는 만큼 보인다지만,,모르고 감상해도,,, 그 자체만으로 뭔가 뭉클한 것이 느껴지는 걸 보면,,, 보는 만으로도 눈이 트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즈음 접하게 된 <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은 나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현대미술가이자 평론가, 독립 큐레이터, 대학강사까지,, 미술과 관련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은화씨가 소개하는 현대미술을 향한 ‘아주 긴 무단가출’ 유럽미술관 그랜드 투어랄까? 지난 20년 간 유럽 곳곳의 미술관을 찾아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사치 갤러리에서부터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이나 테이트 모던처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현대미술관,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이나 팔레 드 도쿄처럼 고정관념을 깨는 색다른 미술관, 루브르나 오르세처럼 현대미술과는 무관해 보이는 미술관들이 어떻게 현대미술과 어우러져가는지,,, 유럽 미술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다양한 콘셉과 방식으로 유럽 현대미술관 16곳과 그 풍성한 컬렉션을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개인의 미술서 체험이긴 하지만 미술관이 탄생하기까지의 배경, 미술관 건축에 관한 이야기, 컬렉션의 특성, 미술관의 다양한 프로그램 등 이미 알고 있거나 찾을 수 있는 정보들을 총동원해 알차게 구성해 놓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겐 현대미술 입문서가 될 수도 있겠고, 현대미술을 친구처럼 알아가는,,, 처음 만나면 낯설고 어색하지만 자꾸 보고 말을 건네다 보면 차츰 익숙해지고 친해지면서 친구의 장점과 단점, 속내까지 이해하게 되면서 감상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안내서라 할 수 있겠다.

 

첫 스타트를 끊어준 현대미술의 새로운 메카라 불리는 <사치 갤러리>,,, 하지만 루이즈 부르주아, 데이미언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제프 쿤스,,, 사실 낯선 작가들의 작품들은 허걱스러울 정도로 엽기적이며 난해하다. 초대형 거미에서부터 방부액에 넣어진 상어, 피를 뽑아 만든 자화상 조각상, 다이아몬드 해골이라든지,,, 고개가 갸우뚱해질 작품들이지만 그 속의 담겨진 작가들이 건네는 작품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예술가들은 우리가 바라보는 일상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뿐,,, 자신을 아픔을, 상처를, 고민을, 자아를 드러냄으로서 우리와 소통하고자 함을 알 수 있고,,, 현대미술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게 될 것이다.

 

특히 관심을 더했던 미술관은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변신시킨 <테이트 모던>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런던 중심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세운 화력발전소가 1981년 석유파동으로 문을 닫게 되면서 방치돼 왔던 화력발전소 건물을 새로운 미술관 부지를 물색하던 테이트 미술관이 기존 테이트 갤러리와 템스 강을 끼고 마주보는 이곳을 테이트 모던으로 화려하게 변신 시킨 것이다. 확장공사 비용이 3,500억원이 넘는 거액이 들었지만,,, 화력발전소의 미술관으로의 변신은 왠지 석유화학공단이나 원전이 가까이 있는 울산으로선 부러움의 대상일른지도 모르겠다. 공업도시라는 틀에서 벗어나 문화라는 도발적인 현대미술도시로의 변신은 도시의 이미지를 바꿈과 동시에 새로운 공간 창출로의 도전이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외에도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작품을 전시해 가장 영국적인 미술관이 불리는 <테이트 브리튼>, 고전미술의 무덤에서 현대미술을 받아들이며 변화하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 고흐, 밀레, 세잔, 마네 등 19세기 근대 명품의 집결지인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파리에서 가장 발칙한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에게 언제나 1순위인 <팔레 드 도쿄>, 넓은 초원 위 조각 같은 미술관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는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 베를린 장벽이 있던 역사적 장소에 들어선 <함부르거 반호프>, 세계적인 건축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가 건축한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홀로코스트에 대한 반성과 철저한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새천년을 맞이하겠다는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네델란드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 <드 퐁트 현대미술관>, 회색빛 공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재탄생한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예술의 도시 바르셀로나의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황영조 선수가 달리던 몬주익 언덕에 자리 잡은 <카이샤 포럼>까지,,, 다양한 유럽의 현대미술관이 흥미롭게 소개돼 있다.

 

스스로를 현대미술 중독자이자 아트 홀릭이라 칭하는 지은이는 누구나 현대미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자신만의 시각을 발견하라 권하고 있다. 답이 없다는 얘기다. 작가들이 품은 열정과 에너지를 내 마음 가는대로 보고, 느끼고, 표현하고,,, 감상의 자유로움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행복,, 어쩌면 현대미술이 주는 가장 큰 묘미는 열정과 조우하며 발산되는 에너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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