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의 도시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신규호 지음 / 청어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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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 “어우, 아직 서늘하네.”

집 안으로 들어가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비가 올 것만 같은 날씨였다. 어두운 표정의 하늘은 그것을 암시하고 있었고, 4월 같지 않은 추위는 몸을 떨게 만들었다. 나는 비가 오는 것을 꽤나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작은 어둠조차 영 반갑지가 않았다.

 

복선과도 같은 서늘함을 담고 있는 주인공 ‘나’의 심리상태,,,

[적막의 도시]는 그렇게 시작한다. 여자 친구 사라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며 기다리다 잠이 든 ‘나’, 하지만 깨어난 순간 여자 친구가 도착하지 않았음을 알고 전화를 걸어보지만 들려오는 것은 그녀의 컬러링 뿐,,, 다급한 마음에 그녀의 집으로 찾아나서지만 그녀의 아파트엔 적막한 고요 뿐,,,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p23 사라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리고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고민들은 내가 물고 있는 담배 끝의 불꽃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 그 뿌연 구름이 흩어지고, 서서히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오자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무시하고 싶어 했던, 그리고 놓치고 있었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집으로 돌아오는 거리 풍경,,,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 어디에도,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거리의 사람들, 오고가는 차들, 도시 소음의 북적거림,,, 주위를 둘러보고 소리를 질러 봐도 고요하기만 하다. 세상에 혼자가 돼 버린 것이다.

 

p26 “왜, 사람이 없는 거지?”

사람이 없었다. 모든 가판대와 리어카와 자리들은 자신의 주인을 잃어버렸다.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나는 고개를 창문 밖으로 내밀어 사람들을 찾으려 한다. 어디엔가 있으리라, 어디선가 잡담을 나누고 있으리라.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재잘거리는 어수선함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그 땀이 이곳으로 올라오며 흘렀던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 순간 흐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무도 없는 세상, 홀로 세상에 남겨진 주인공 ‘나’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급습하는 두려움보다 주인공인 ‘나’는 무기력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덤덤하다. 왜? 세상에 홀로 남겨짐에 적응하며 빠져나가려는 노력보다는 그저 그 자리에 머물러 살아간다는 편이 더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왜? 세상이 그를 버린 것이 아니라, 그가 세상을 버렸기 때문에 말이다.

 

사실 저자는 적막의 도시 속 주인공이 아무도 없는 세상에 갇혀 홀로 된 세상에 익숙해져 감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그리고 혼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씁쓸하고도 차가운 시선의 단면을 보여주며, 과연 우리는 이 커다란 우주의 질서 속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는데,,, 음,,, 내가 이해를 잘 못해 그런가? 그 정도로 심오한 내용이었나? 싶었다는,, 쩝,,, 내가 보기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아픔을 극복치 못하고 끈을 놓아버린 한 남자의 우울한 사랑 얘기에 포커스가 더 맞춰져있는 듯 싶은데,,, - -;;; 암튼 현실과 비현실 속의 경계, 적막한 도시 속,,, 로빈슨 표류기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왔다갔다, 거기다 매트릭스와 인셉션을 살짝 가미해 후반부로 갈수록 누구나 짐작 가능케 만드는,,, 그러다 사라진, 남겨진 심오한 이유에 대한 답을 너무나도 허탈한 결말로 마무리 지음이 아쉬움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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