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의 긴 여로 세계문학의 숲 10
유진 오닐 지음, 김훈 옮김 / 시공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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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잡은 세계문학의 숲 시리즈,,, 시리즈 중 나사의 회전까지 읽고 잠시 중단했었는데,,, 

유진 오닐의 희곡으로 다시금 세계문학의 숲 시리즈에 도전해 본다.
근대 문학 100년을 넘어 새로운 세기가 펼쳐지고 있다지만,
늘 읽어오던 작품 외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문학은 넓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말부터 시작된 각 출판사의
세계문학선집 출간 소식이 반가웠던 것도 사실이다.
호평을 받고 있는 외국문학에 대한 이해는
곧 우리나라 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폭과 깊이를 넓혀줄 테니까 말이다.

자,,, 세계문학의 숲 시리즈 그 열 번 째 만남은 유진 오닐과의 만남이었다.
유진 오닐(Eugene Gladstone O'Neill, 1888년 10월 16일 ~ 1953년 11월 27일)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희곡 작가로, 미국 연극에서 처음 사실주의 기법을 도입,
본격적인 연극 풍도가 정립되지 않는 미국에 사실주의 연극을 태동시킨 극작가이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대중의 우상이 되었던 배우 제임스 오닐의 아들로
뉴욕 브로드웨이에 있는 한 호텔방에서 태어난 그는 프린스턴 대학을 1년 다니다 중퇴,
선원이 되었고, 그 후 신문기자 생활을 했지만 폐결핵으로 요양을 하게 되면서
독서에 열중, 극작을 시작, 1916년 최초의 작품 <카디프를 향하여 동쪽으로>를 발표했고,
1920년 그의 출세작 <지평선 저 멀리>를 상연했다. 제3회 퓰리처상을 수상하였으며,
193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인물이다.

희곡을 글로 접한다는 것이 쉽진 않은 일이다.
드라마나 시나리오와는 또 다른 문학적 표현들이 다분히 등장하기 때문에
도입부를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 작품을 읽고 있다 보면 한 편의 연극이 내 눈앞에 그려지고 있는 느낌이 든달까?
그만큼 격정적이면서 과하지 않은 연극 톤들과
세심한 지문들을 통해 대사의 묘미를 살려주고 있다.
사실,,, 희곡은 무대에서 상연하기 위한 대본으로
극작가들이 가끔, 읽기에 적당한 문학적인 희곡(레제 드라마)을 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 <밤으로의 긴 여로>를 비롯한 오닐 작품들이 이 두 가지 부류 모두에 해당하는 것이
특징이라 역자가 서술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희곡의 지문이 대단히 길고 상세함에도
불구하고 연출가나 배우들의 상상력과 해석의 여지를 제한하고 있다기보다
오히려 대사의 묘미를 더 살려주고 있는 느낌이라
극작가의 역량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 역자는 말하고 있다.
역자의 평대로 유진 오닐이라는 극작가의 역량은,,,
작품을 읽다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 <밤으로의 긴 여로>는 유진 오닐의 자전적 희곡이라 볼 수 있다.
유진 오닐의 아버지 제임스 오닐은 앞서도 얘기했듯이 유랑극단의 유명한 배우였고,
어머니는 수녀를 꿈꿨던 피아노 연주에 재능이 있었던 처녀로
제임스 오닐을 만나 사랑에 빠져 그 꿈을 버리고 결혼, 이후 아들 셋을 낳고
홍역으로 죽은 둘째 아들이 큰 아들에게 옮아 죽었다 생각해 큰 아들을 원망했고
셋째 아들(유진)을 낳은 후 통증으로 모르핀을 맞은 뒤 마약 중독자고 된다.
오닐 역시 알콜 중독자인 형을 좋아해 형처럼 방탕한 생활을 하다 프린스턴 대학을 자퇴하고
세계 각지를 유랑하다 자살을 기도 폐결핵에 걸리기도 했고, 극작가로 활동하다 호텔 방에서 사망한다.

희곡은 1912년 제임스 타이론의 여름별장에서의 하루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제임스 타이론(65세 전직 연극배우)과 그의 부인 메리(모르핀 중독자),
장남 제이미(삼류 연극배우), 폐결핵을 앓고 있는 에드먼드(지방 신문사 기자),,,
오랜만에 돌아온(요양원) 아내와 에드먼드가 모여 행복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 가족의 실체는 비참하기만 하다.
자신이 늙어 구빈원에 들어갈 걱정에 가족에게 들어가는 돈(병원비)는 아까워 쩔쩔매지만
부동산 투기엔 아낌없이 돈을 퍼부어대는 아버지 제임스,
젊은 시절 돌팔이 의사의 처방전으로 모르핀에 중독된 어머니 메리
(사실,, 그녀의 마약 중독 역시 병원비에 인색한 제임스로부터 비롯됐다.),
술과 여자에 빠져 방탕하게 지내며 아버지를 원망하는,
하지만 그 역시 별반 현실에 안주하며 남 탓만 하고 변화를 시도치 않는 큰 아들 제이미,
섬세하고 예민하지만 허무주의에 빠져 쉽게 인생을 포기하려하는 둘째 아들 에드먼드,,,
사실,,, 그들은 서로를 비난하지만 그만큼 또 서로를 사랑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사랑이 어떤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비난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 불행의 시작이자 끝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p 103 "왜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과거는 현재인데, 그렇지 않아요? 미래이기도 하고요. 
         우리 모두는 거기서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치지만 
         우리 인생이 그걸 허용하려들지 않죠.”

p 119 "안개는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숨겨주고 우리로부터 세상을 숨겨주지, 
         안개가 끼면 모든 게 변한 것 같고, 
         그대로인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무도 우리를 찾아내지 못하고 건드리지 못해.”

p 161 "우리는 꿈같은 존재요. 우리네 짧은 생애는 잠으로 마무리되리니.”

p 209 “내 얼굴을 보세요. 내 이름은 ‘한때는 잘나갔을지도 모를 사람’이라고 해요.
         혹은 ‘이제는 아닌’, ‘너무 늦어버린’, ‘안녕’이기도 하고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느껴지는 염세주의는 이 극이 비극으로 치달음을 짐작케 한다.
“해묵은 슬픔을 피와 눈물로 썼다.” 유진 오닐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가족사를 돌아보고 어쩌면 가장 비참한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이 작품이 자신의 사후 25년 동안 발표치 말라 부인에게 부탁했지만,,
음,,, 그의 사후 3년 째 작품이 발표됐고 이듬해 4번째 퓰리처상을 받았다.

p 159 "울음과 웃음, 사랑과 욕망과 미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우리가 그 문을 지나고 나면 그것들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리니.
         술과 장미의 나날들은 오래가지 않으리.
         우리의 길은 아스라한 꿈속에서 잠시 나타났다가 꿈속에서 끝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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