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내용이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염이라는 재난이 시카고의 빈곤, 고립 등 기존 문제들을 어떻게 노출시켰는지 그러나 사회변화를 이끄는데 실패했는지를 밝힌다. 범죄와 도시 공동화, 행정력의 미미함으로 인해 시카고 빈곤지역의 독거 노인들은 폭염이 닥치는 1995년 여름 일주일간 창문도 열지 못하는 찜통 속에서 수백명이 죽어나갔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기온이 40도가 넘는 폭염이 찾아오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문열고 나가 무료 지하철을 타고 냉방장치가 있는 마트나 영화관, 공항까지 가서 쉴 수 있는 사회라는 점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도시와 주택문제를 연구한 저자가 파리와 서울의 도시적 특징을 6개의 중요한 도시적 공간을 오가며 비교분석 하고 있다. 두번 읽어도 좋을만큼 내용적으로 충실하다. 이런 책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은 참 아쉽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서울이 그렇게 끔찍한 곳만은 아니라는 사실. 아파트와 잘 관리된 한강공원의 묘미, 자본주의적 소비의 자유가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왜 파리에는 오래되고 작은 것들이 남아있는가, 왜 서울은 그렇지 못한가라는 매우 중요한 중심적 주제를 계속 파헤친다. 약국보다도 그 숫자가 많은 파리의 서점, 대형 멀티플렉스만이 아닌 작은 독립영화 예술영화 상영관이 큰 나무 아래 작은 풀들처럼 공존할 수 있은 이유, 각 시대의 가장 명망높은 건축가들이 하나의 도시예술품처럼 설계하였기에 시간이 흘러도 시민과 정부과 나서서 보호하는 오래되고 아름다운 파리의 아름다운 백화점 건물들 ... 도시와 인간의 삶이란 어떠해야하는가에 대한 공동체의 고민과 정부의 정책이 반영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