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서치라이트 - 비랑가나를 찾아서
샤힌 아크타르 지음, 유숙열 옮김 / 이프북스(IFBOOKS)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방글라데시는 1971년 12월, 9개월간의 전쟁을 끝내고 독립한다. 전쟁 동안 파키스탄군에 의해 강간당한 여성들을 의미하는 ‘비랑가나’는 문자 그대로는 ‘용감한 여성들’이라는 뜻, 전쟁이 끝난 후 방글라데시 건국의 아버지인 세이크 무집 총리에 의해 국가가 인정하는 전쟁 영웅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그 이름은 가족과 사회의 모진 냉대와 모욕 속에서 변질되고 퇴색된다. 마치 한국에서 ‘환향녀’가 ’화냥년‘으로 바뀐 것처럼

​저자 샤힌 아크타르가 어느 인터뷰에서 언급한 전쟁 동안 군인들에게 잡혀가 강간을 당한 ‘비랑가나’ 여성들의 숫자는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다. (공식적으로만 20만 명, 확실한 통계는 아니다) (P, 7)

​이 책은 내가 이프북스 출판사에서 서평단을 활동하면서 관계자에게 직접 제안한 책이다. 다른 좋은 책들도 많이 있었지만 읽었던 것들도 많았고 이 책의 정보를 미리 검색했을 때 알 수 없는 울림을 느꼈다. 평범했던 벵골 여성들의 가슴 아픈 역사는 마치 한국의 위안부 여성들을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군인들에 의해 강간을 당했던 여성들은 전쟁이 끝난 이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물론 전반적인 역사도 중요하지만 나는 질문이 이 소설의 맹점인 듯 했다. 전쟁으로 인해 가정 먼저 희생된 자국민 여성들은 과연 국가가 어떻게 보살펴줄까? 소설을 읽으면서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자연적으로 찾을 수 있다. 국가는 같은 나라의 사람들은 적군에게 강간당한 여성들에 대해 무자비 했다. 적군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여성들을 국가가 임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거나 아이를 해외로 입양 시키는 절차를 명령하였고 같은 나라의 국민들은 비랑가나를 말그대로 ’창녀‘ 취급하면서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버림을 받기도 하였다. 그래서 많은 비랑가나 여성들은 대체적으로 창녀가 되거나 제대로된 국가적 처후를 받지 못한 채 생을 이어갔다.

​사실 파키스탄 군인들이 여성들을 강간하던 시기에 많은 여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식사나 물,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해주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씻는 것은 물론이고 갈증과 허기는 일상이었으며, 강간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온 몸에는 상처투성이었다. 자국민에서 만들어진 민간 부대에서 그녀들을 발견했을 당시 거의 뼈대만 있는 앙상하고 정신을 반쯤 놓은 상태의 여성들이었다. 그녀들의 전통 옷도 재대로 걸쳐입지 못한 반 나체 상태로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끔찍했던 사실은 비랑가나의 가해자가 비단 파키스탄 군인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국가는 가족은 남편이나 아버지 같은 남성들은 비랑가나 여성들을 버렸기 때문이다. (그 밖에 남성중심적이거나 가부장적인 부분도 언급된다) 누군가가 내게 누가 이 여성들을 이렇게 만들고 버렸느냐라고 내게 묻는다면 당연히 ’남성‘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도 약자들이고 가장 먼저 버려지는 것도 약자인 셈이다. 한국의 위안부 처럼.

읽는 동안 고통과 분노로 힘들었지만 이러한 모순의 역사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말해져야 하기에 휴식을 취하면서 계속 읽어나갔다. 이 이야기 속의 비랑가나는 전쟁에 자신의 몸을 희생을 한 것이 아니라 희생 당한 것이 맞다. 많은 국가들이 전쟁을 겪으면서 같은 나랑의 여성들을 이용하거나 버렸을 거라는 생각에 치가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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