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임 - 오은 산문집
오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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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독임 #오은 #난다 #산문집 #서평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시인은 바로 오은이다.시집을 많이 읽진 않지만 그 안에서도 오은 시집은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오은 특유의 언어가 정말 손이 가게 했고 그래서 첫 산문집을 읽게 됐다.이 책의 매력은 그런 것 같다. 시집에서 볼 수 있는 고품격 언어유희가 이 책에서는 조금 무게를 빼고 진정한 다독임을 건내준다. 내가 알고 있는 시인이 아닌 것 같았다. 이 정도면 팔색조 아닌가. 산문집인데어째서 큰 위안이 됐을까 정말 별거 아닌 이야기들 속에서 액기스가 흘러넘쳤다.어쨌거나 이제와서 밝히지만 서평이라고 쓰고 앉아있지만 서평을 쓰지 않고 있다. 틀에 박힌 양식은 필요 없다. 내 꼴리는 대로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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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임은 소설이 아니라 산문집이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빠진 데 없이 스며들 수 있다. 그 중 몇구절을 소개하자면 32 P 다시 한 판 하라는 거예요 와 62 P 빗소리와 마음의 소리 그리고 115 P 를 꼽을 수 있다. 스포에 민감한 편이지만 살짝 훑자면 32 페이는 초등학생 둘이 휴대폰 게임을 하다가 you failed가 뜬다 한 아이가 이게 무슨 뜻인지 묻자. 실패했다 라는 말을 했고 오은은 실패가 무슨 뜻인지 묻자 ‘다시 한 판 하라는 거예요” 라는 대답을 한다. 나는 줄곧 실패자라는 자책을 많이 했다. 그저 어린 아이의 말에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라는 의지가 생긴다.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게 확실하다. 두번째 62P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목차다. 나는 원래 빗소리를 좋아한다. 모든 것이 씻겨져나가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떤 기억을 들의 웅덩이가 생긴다. 이 양가적인 빗소리가 무엇인지 설명이 힘들었지만 이 목차를 통해서 선명해 질 수 있었다. 세번째 115P 맨스플레인이라는 어휘가 등장한다. 그 문장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너무 편하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들여다보지 못한다. 자기가 지금껏 보고 들은 게 전부인줄 안다. 불편한 뉴스는 애써 멀리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 정보만 찾아 헤매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이 몸담은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사고는 경직될 수 밖에 없다. 편함이 편협함과 무지를 낳게 되는 것이다.’ 아시는 구나.
오은 시인이 맨스플레인을 아신다니 어디까지 알고 지지하시는지 궁금했다. 어쨌건 앞부분처럼 맨스플레인은 ‘나는 안그래 모든 남자가 그러는 것도 아니고” 살아온 방식이 삶이 된 나머지 일단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 또 다시 상대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다.’ 라는 말에 동의한다. 부가적 의견은 우월감이랄까. 가르치려드는 상대가 여성이기 때문에 무시라는 것이 전제가 된다. 뭣도 모를 거라는 무시 말이다. 업씬 여긴다가 맞는 것 같다. 알거나 모르거나 여부와는 상관없는 남성의 잘난척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나 가르치는 것에서 꽤나 희열을 느끼고 그것이 상대의 눈에 멋있어 보일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훈수와 비슷하다. 남성 간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내가 남성이라고 가정 했을 때 이처럼 어떤 남성이 멋있어보이거나 잘난척하고 싶어서 우월감을 과시하기 위해 저 따위 입놀림을 한다면 혀를 뽑아버렸을 것이다. 남성이 봐도 참 븅신같이 보일 것이다.
이쯤해두고 위안이 됐던 목차를 들춰내보자. 246P 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덜어야 한다 라는 챕터가 있다. 시인은 이 것을 해야 비로소 일상의 생기를 얻지만 진정 비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나를 ‘옥죄고 위협하고 지우려 하는 것들을 덜어내야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비어 있는 상태여야 채울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한테 절박한 것이, 꼭 필요한 것이’ 덜어내고 비우는 일은 어렵다. 그렇지만 내가 사람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그것이다. 쓰잘데기 없는 것에 치우쳐 나란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금같은 시간도 낭비했다. 나를 제대로 돌보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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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추천이다. 예상대로 많이 팔리고 있고 내가 다 기분이 좋다. 물론 오은 시인이 더 사랑 받길 바라는 팬심도 있지만 이 좋은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나와 같은 다독임을 받았으면 했다. 다른 사람들도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면서도 속은 문들어진 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테고 누군가는 무너져 있을 것이다. 나를 위해서 편안한 토닥임을 얻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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