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9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9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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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기다려지는 책 '트렌드 코리아'가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책이 나왔다. '트렌드 코리아 2019'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9 전망을 담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는 종합선물세트 같다. 올해의 10대 트렌드 상품을 알려주고, 올해의 소비트렌드를 회고한다. 연말에 내년의 책이 출간되는 것을 감안하면, 트렌드 예측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이다. 여기서 얼마나 맞았는지를 따져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김난도 교수가 선정한 2019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무엇일까? 책의 뒤표지에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다.

'모두에게 돼지꿈을! PIGGY DREAM'
돼지꿈을 꾸면 재물이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돼지꿈을 꾼 사람들은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복권을 사기도 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요즘 누구에게나 돼지꿈이 현실화되어서 얼굴 한 가득 웃음이 번지길 바라본다.

책의 대표 저자 김난도는 여러 직함을 갖고 있다. 교수, 트렌드 연구자, 컨설턴트, 작가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를 이끌며 소비트렌드를 연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상도 수상했다.

책의 서문은 'PIGGY DREAM'이다. 키워드는 희망적인 메시지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소비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제 변수만을 두고 이야기할 때, 2019년은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 가장 중요한 변수가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무역전쟁과 연방준비은행의 꾸준한 금리인상 여파가 작지 않은 전망이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어떠한 여건 속에서도 생활은 이어진다는 것이다.

2019년은 기해년 돼지띠 해다. 기해년의 십간 기는 황금색을 상징하기 때문에 황금돼지의 해다. 우리나라는 돼지가 행운과 재복을 상징하는 동물인데 황금 역시 재물의 대명사여서 많은 사람이 기대를 거는 한 해다.

본문에 앞서 2019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Play the Concept - 컨셉을 연출하라
Invite to the 'Cell Market' - 세포마켓
Going New-tro - 요즘 옛날, 뉴트로
Green Survival - 필환경시대
You Are My Proxy Emotion - 감정대리인, 내 마음을 부탁해
Data Intelligence - 데이터 인텔리전스
Rebirth of Space -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
Emerging 'Millennial Family' - 밀레니얼 가족
As Being Myself - 그곳만이 내 세상, 나나랜드
Manners Maketh the Consumer - 매너소비자

어떤가? 키워드만 훑어봐도 키워드가 뜻하는 바를 소비와 연관시켜서 인지할 수 있다.

<트렌드 코리아> 선정 2018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이 나온다. 올해의 소비트렌드 키워드 'WAG THE DOGS'를 반영한 상품이다.

2019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에서 하나를 선정해서 알아보겠다.

As Being Myself - 그곳만이 내 세상, 나나랜드

나나랜드는 무엇일까? 진정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 정착한 기회의 땅이다. 획일화된 규범과 관습의 거부는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이다. 나나랜드에 살아가는 나나랜더에겐 남의 시선, 사회의 기준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지금 이대로의 자연스런 나의 모습을 가장 사랑한다.

나나랜드는 기업들에게 새롭게 진입해 개척할 가치가 높은 신규 시장이어서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다양하고 차별화된 기호를 가진 나나랜더 소비자를 개별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좀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트렌드 코리아 2019'를 읽으면 소비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마케팅 담당자의 필독서로 알려져 있다. 내년 경제전망이 밝지 않다고 해도 소비는 지속된다.

이 책을 읽는다면 부지런히 발품 팔지 않고 방안에 편안히 앉아서 내년 소비트렌드를 한 눈에 알아볼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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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 장애인과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이유 아우름 32
류승연 지음 / 샘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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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를 대하는 순간 한참동안 제목에 시선이 머물러 있다. 제목 자체가 모순이다. 다른데 다르지 않다라니 그게 무엇일까 라는 호기심을 자아낸다.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는 장애인과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이유를 쓴 책이다. 제목을 장애인과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이유라고 달지 않았다. 그래서 잠깐 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왜 거리에 장애인이 보이지 않을까요?"라는 물음에 저자 류승연은 이렇게 답한다. "우리들의 시선이 그들을 거리에서 내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답에 그렇지 않다라면서 항변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 침묵으로 응답할 것이다. 그게 우리 사회의 한계이자 우리의 인식 수준이다.

저자 류승연은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에서 장애 아이의 엄마가 된 지 10년차이다. 그는 그동안 장애가 있는 아들을 세상에 편입시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하지만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세상을 향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책도 나왔다.

여는 글에서 저자는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해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다같이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왜 함께 살아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책은 1장. '장애인'이라는 편견, 2장. 대상화되는 장애인, 3장. 더불어 사는 사회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장애는 벼락같이 찾아옵니다'라고 시작한다. 저자는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이 어떻게 장애 아이의 부모가 되었는지를 담담히 밝히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장애는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찾아온다. 우리는 누구든 본인이 원해서 장애를 갖지 않는다. 

저자는 장애 아이를 낳고 키우는 10년 동안 겪었던 일을 책에 풀어쓰고 있다. 자녀를 낳아서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저자가 지난 10년간 겪었을 상황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비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인들 늘 마음이 편하겠는가? 집밖에 아이를 내보내는 순간 노심초사하면서 아이의 무탈함을 기원한다. 그러니 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랴? 

보건복지부의 2017년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의 수는 254만명이 넘는다. 그중 발달장애인이 10%를 차지한다. 20만 명이 넘는 발달장애인이 대한민국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발달장애인을 볼 수가 없다. 

발달장애는 신체 및 정신이 해당 나이에 맞게 발달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저자의 아들은 올해 열 살이 된 지적장애 2급으로 신체적 성장은 나이와 맞지만 인지는 두세 살 아이 정도의 수준을 보인다. 

저자는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우면서 세상 속에서 살기로 하면서부터 마음이 한층 더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이젠 불행하고 우울한 게 아니라 느린 속도로 커가는 아이만이 줄 수 있는, 예상치 못한 기쁨을 매일 매순간 받고 있다. 

저자는 장애인을 대상화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한다. 장애인을 대상화하면 장애인을 도와야 하는 사람으로 규정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시작된다. 장애인이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나와 같은 너라는 인식을 가지면 된다.

장애인은 힘든 삶을 살아가는 불쌍한 존재만은 아니고, 그렇다고 남들과는 다른 비범한 능력을 지닌 특별한 존재도 아니다. 그저 다를 바 없는 보통의 사람이다. 우리가 불쌍하고 특별하지 않은 것처럼 그들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장애가 있을 뿐이고, 그 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특성들이 그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는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개인의 특성이다. 평생을 지니고 살아가는 특성이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을이자 소수권자인 장애인 문제를 진지하게 고찰하는 것은 단지 장애인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장애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권자를 대하고, 바라보고, 접근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다른 것을 다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인권 감수성을 높여가게 된다.

소수권자의 인권을 지켜가는 과정을 통해 다수권자인 우리 자신의 인권까지도 지키게 된다. 우리 역시 언제 어느 순간에 지금 누리고 있는 다수권자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소수권자의 입장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그 순간에 필요한 게 복지라는 개념이다.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를 읽으면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애인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이야기가 한 많은 부모의 넋두리처럼 들리지 않는다. 저자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들려주고 있다. 독자는 자연스레 그의 이야기에 녹아들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하게 된다.

저자의 목소리가 우리 모두의 하나된 목소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누구든 이 책을 읽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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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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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장미의 나날'은 제목만으로도 왠지 근사하게 느껴진다. 홍차와 장미가 함께 하는 일상을 상상해 보라. 저자는 "좀 곤란한 인생이지만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진한 오렌지 색깔의 겉표지가 식감을 자극한다. 작가의 말마따나 우리네 삶이 어떻든지 간에 매 끼니를 잘 먹는 것은 중요하다.

"괜찮아, 먹고 싶은 건 매일 있으니까!"라는 말에서 인생을 달관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세상살이에 힘들고 지칠 때 누구도 내 곁에 머물지 않는다 해도 먹고 싶은 것은 내 가까이에 있으니깐 괜찮다라고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이쯤에서 작가가 궁금해진다. 표지에 있는 작가의 말만 대하면 그저 먹성 좋아서 몸집이 넉넉한 사람일 거라는 추측이 든다. 작가 모리 마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으면 소설이 안 써진다"라고 말하는 일본 최고의 미식가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이다. 

하지만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모두에게 사랑받으면서 유복하게 자랐지만 두 번의 결혼 생활이 실패로 끝난 후 생활비를 벌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풀어놓는 음식 이야기 세계로 들어가 볼까?

옮긴이 서문에서 작가 마리 모리의 생애를 엿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는 부족함 없이 귀하게 자랐지만, 결국 늙어서 고독사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글을 통해 그의 삶은 매순간 사금처럼 잘게 빛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옮긴이 이지수는 마리라는 특별한 미학자가 구축한 우아하고 행복한 세계를 한껏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책은 1.사랑스런 먹보, 2.요리자랑, 3.추억의 맛, 4.일상다반사, 5.홍차와 장미의 나날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삽화로 시작한다. 보기만 해도 따스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바닥의 둥근 쟁반에 간식이 놓여 있고, 옆으로 누워서 이불을 덮은 채 책을 읽는 작가의 모습은 그의 엉뚱한 듯하면서 소박한 일상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그는 "요리 가운데 맛있는 것을 떠올리면 나는 곧바로 유쾌해진다"라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듣자마자 그의 감정이 전이되었나? 순간 필자도 맛있는 음식을 떠올리면서 유쾌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의 글이 그렇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글에 담긴 감정이 고스란히 독자들의 내면을 파고 든다. 

그의 생애를 따져 보면 유년시절을 제외한 그의 삶은 외롭고 스산하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신세 한탄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의 글을 살펴보자.

보통 콜라는 목이 마를 때 벌컥벌컥 마시지만 나는 너무 맛있어서 레몬 서너 방울과 벌꿀 용액 두세 방울을 넣어 아껴 마신다. 그러면 맛이 훨씬 고급스럽고 부드러워진다. 어쨌거나 얼음과 콜라가 다 떨어지면 사막에서 오아시스에 겨우 도착했는데 물 마시기를 금지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83쪽)

그가 콜라를 마시는 방법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필자도 작가처럼 콜라에 레몬즙이나 벌꿀을 넣어서 마셔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작가는 왠지 콜라도 보통 사람들과 달리 우아하게 마시는 것 같다.

나의 매일은 괴로움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아아! 이건 아마 죽을 때까지겠지), 어느 날은 종일 에어컨을 틀고 '자, 오늘부터는 좋아하는 냉기 속에서 상쾌하게 일어서거나 앉거나 하자'고 마음먹는다. 실은 뱀처럼 누워서 뒹구는 시간이 많은데, 정말 뱀은 아니므로 똬리를 틀진 않으나 뒹굴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리면 뱀처럼 고개만 쑥 쳐들고는 한다. (190쪽)

방 구석에서 이불 안에 틀어박혀서 머리만 내놓고 있을 작가의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이불 밖은 위험해"라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다. 글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선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일 텐데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모나 자식이 함께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니, 나 혼자만의 방에서 얼마든지 자신을 구석구석 드러내도 불만을 말할 사람은 없으므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맘껏 늘어놓고 기뻐할 따름이다. 요즘은 '보티첼리의 장미 찻잔'이라 부르는 예쁜 홍차 찻잔이 두 개 있어서 일본의 푸르스름한 차도 그 잔에 담아 마신다. (266쪽)

가족이 없이 혼자 살아가는 작가의 삶이 외로워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혼자이기에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맞춰서 살아갈 수 있다. 오히려 작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제약을 즐기고 있다.

엮은이 후기에서 편집자 하야키와 마리는 오랜 세월 모리 마리의 전집이나 단행본에 실리지 않은 원고를 모아서 음식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작품을 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음에 그의 두 번째, 세 번째 작품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마리 모리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다. 그는 '설국'을 쓴 가와바타 야스나라에 버금가는 관능미와 섬세함을 갖춘 작가라고 한다. 기회가 닿는다면 그가 쓴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마리 모리, 그의 에세이는 지극히 평범해서 특별할 것도 없는 지루한 일상을 섬세하고 유려하게 묘사하고 있다. 음식과 연관된 그의 글을 읽으면서 필자는 작가의 식탁에 초대받은 손님이 되어서 그의 글을 맛보고 느낄 수 있었다. 누구든 그의 특별한 식탁에 초대받을 수 있다. 단 책을 펼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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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나를 위한 심리 수업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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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는 제목만 대하면 책의 장르를 가늠하기 어렵다. 필자와 같은 독자를 위해서 책의 앞표지 우측 상단에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나를 위한 심리 수업'이라는 친절한 소개가 있다.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느라 정작 자기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진 않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무엇이라고 답하겠는가?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다수가 이 질문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질문에 조심스레 "네"라고 답한다면 이 책을 펼쳐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반면에 질문에 자신있게 "아니오"라고 답한다면 이 책을 읽지 않고 그대로 내팽겨쳐도 좋다.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

저자 미즈시마 히로시는 일본 대인관계치료계의 1인자로 평가받고 있다.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는 내가 아닌 남 즉 타인을 신경쓰는 소심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지나치면 심각한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강연이나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가운데 수많은 사람과 만났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들이 남의 시선에 신경 쓰고 고통 받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남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현상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면서 대인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알아보려고 한다.

차례는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주제별로 나누다보니 9장으로 세분화되었을뿐 각 장별 쪽수가 많지 않다. 따라서 차례를 본 독자들은 지레짐작으로 책을 읽는데 부담 가질 필요가 없다.

1장 <왜 남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걸까?>
2장 <작은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힌트>
3장 <자신감은 생기는 게 아니다>
4장 <평가 대상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로>
5장 <타인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6장 <세 가지 관계가 당신을 바꾼다>
7장 <자신의 외모와 잘 지내는 법>
8장 <행동을 제한하는 남의 시선과 잘 지내는 법>
9장 <남의 시선에 신경 쓰는 마음에서 벗어나 인생을 펼쳐라>

2장의 일부에서 저자가 말하는 포인트를 살펴볼까? 

작은 트라우마가 쌓여서 생기는 병을 얘기하고 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써서 생기는 마음의 병으로는 섭식장애(거식증, 폭식증), 사회불안장애, 신체변형장애, 우울증 등이 있다. 

대인관계요법에서는 실제 치료 과정에서 일단 '증상은 뒤로 미루고 병이니 어쩔 수 없다'라는 관점에서 실질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느끼는 감정에 중점을 둔다. 

대인관계요법으로 치료받으면서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받는 체험을 하게 된다. 지금 자신이 어떤 식으로 느꼈는지를 주변 사람들이 순순히 수긍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부적절한 것은 없다. 

치료 중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받는 체험을 하면 약을 먹지 않고도 병을 고칠 만큼 놀라운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식으로 느껴도 괜찮구나' 하는 안도감이 자긍심을 높여주어 작은 트라우마가 치유된다.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는 독자 자신에게 위의 대인관계치료요법을 적용시켜 보면 어떨까? 내 감정에 충실해서 주위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내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저자의 조언에 따라서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만약 외모가 못 생겨서 남들 앞에 나서기가 꺼려진다면 , "나는 남들 앞에 나서기가 꺼려져."라고 말한다. 아마 지금껏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자꾸만 움츠려 들었을 것이다. 

나가는 글에서 저자는 남의 시선에 신경 쓰는 마음을 내려놓자는 것이 '그런 사회를 바꿔보자'는 메세지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각자 성격과 모습이 다양하기에 좋다. 남과 달라서 좋다.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되어볼 것을 권유한다.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한다. 하지만 책장을 덮어버리는 순간 까마득하게 잊고 지낸다. 책을 읽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책을 열심히 읽는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는 이론서라기 보다 실천서에 가깝다. 독자들은 책을 읽고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보길 바란다. 물론 필자도 그렇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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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
스테판 말테르 지음, 용경식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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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중,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국어나 문학 교과서에서 작가 조지 오웰을 접했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조지 오웰은 학생들의 필독서 '동물농장', '1984'를 쓴 영국 출신의 작가이다. 

우리는 그의 대표적인 두 작품들을 읽으면서 성장했지만, 정작 저자인 조지 오웰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다. 그래서 '조지 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이라는 낯선 책이 무척 반갑다.

조지 오웰은 "거짓이 지배하는 시대에 진실을 말하는 것은 혁명적 행위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세계사에서 거짓이 지배하던 그런 시대가 있었다. 

작가는 '동물농장', '1984'라는 소설에서 시대착오적인 거짓된 세상을 묘사했다. 그가 살았던 당대 구소련의 공산주의나 나치즘, 파시즘, 군국주의와 같은 전체주의가 팽배했던 시대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조지 오웰, 그에게 평생의 업은 작가였다.' 그는 안정적으로 글을 쓰기 위한 소득원이 필요했다. 또한 편하게 사는 것에 대한 남모를 죄의식, 사회 밑바닥 삶을 겪어야만 글을 쓸 수 있단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닥치는대로 수많은 직업들을 전전했다. 심지어 내전이 발생해서 위험한 스페인까지 갔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조지 오웰이 시대의 작가로 살아갔던 모습을 보여준다.

조지 오웰의 입장은 지인에게 보낸 편지나 작품에서 드러난다. 특히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지라도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그릇된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의 전 생애를 담고 있다. 흡사 그의 전기라고 간주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스테판 말테르는 제목을 '조지 오웰의 전기'라고 붙이지 않았을까? 그것은 자신의 사후에 전기를 쓰지 말라는 조지 오웰의 당부에서 비롯된 것일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다루고 있다. 조지 오웰은 필명이다. 그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이다. 

그는 1903년 6월 25일 인도 모티하리에서 아버지 리처드 W. 블레어와 어머니 아이다 사이에서 둘째로 태어난다. 아버지 리처드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인도에서 태어난 영국인이다. 

어머니는 아들의 장래를 보장해주기 위해 남편을 남겨둔 채 인도를 떠나서 영국에 정착한다. 그리고 8살난 에릭을 유명한 예비학교에 입학시킨다. 

1927년 에릭은 인도에서 근무한 지 5년째가 되어 건강 악화로 요양하던 중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책의 113쪽 5장 <가난 부인> 표지의 오른쪽 아래에 조지 오웰이 1933년에 쓴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의 일부가 인용되어 있다. 

나를 믿어, 책으로 부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출판사 발행인 딸과 결혼하는 것뿐이야.

비단 조지 오웰이 살았던 1930년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거의 한 세기를 지나온 지금도 여전히 전업작가로서의 삶이 물질적인 부를 가져다주진 않는다. 

에릭은 선천적으로 폐가 약한데 제때 건강을 돌보지 않은 채 마지막 소설 '1984'를 타이핑했다. 그러다 1950년 1월 21일 그의 나이 46살, 비교적 이른 나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 책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조지 오웰이 남긴 수많은 작품 메모와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그리고 그를 기억하는 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쓰여졌다. 우리에게 알려진 대표작 두 편 이외에도 그가 남긴 작품들이 많다. 

조지 오웰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어도 그를 미화하거나 찬양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들이 낯 뜨거울 정도로 그의 일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조지 오웰이 작가로서 평생 추구하고자 했던 진실에 충실하게 서술되어 있다. 

우리는 조지 오웰이 쓴 작품을 읽으면서 간접적으로 조지 오웰을 만났다. 책이 작가와의 대화라고 하니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작가 조지 오웰의 생애가 궁금한 독자라면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이 책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조지 오웰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감없이 알게 되면 그의 작품들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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