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못하고 밀쳐 두었던 박완서의 산문집 <호미>를 읽었다.

 

거의 70세가 다 되어서 써 내려간 그녀의 산문들은 한결같이 휴머니즘이 그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소담스러운 필치가 돋보인다.

그녀의 글들은 애써 꾸미려 하는 법이 없으며 지극히 소박하고 서민적이다.

살아오며 느꼈던 체험들과 생각들을 솔직 담백하게 담아서 독자들 앞에 내어 놓았다.

외모에서 풍기는 모습과 견주어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산문 모음. 마치 친이모처럼 느껴지는 따스함이 비단 그녀의 외모에서 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면면히 드러나 있다.

 

박완서

그녀는 아름답다.

아름답기 때문에 꾸밀 필요가 없는 것일까? 그녀가 아름답다고 한 것은 그녀의 마음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외모로 다른 사람을 판단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내면적인 것일터.

진정한 아름다움은 가까이 다가서지 않고서는 찾아내지 못하는 것일게다.

 

작가는 꽃과 나무들과도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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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나의 목련나무에게 말을 건다.

나를 용서해줘서 고맙고, 이 엄동설한에 찬란한 봄을 꿈꾸게 해줘서 고맙다고.

일년초 씨를 뿌릴 때도 흙을 정성스럽게 토닥거려주면서 말을 건다.

한숨 자면서 땅기운 듬뿍 받고 깨어날 때 다시 만나자고, 싹 트면 반갑다고,

꽃 피면 어머머, 예쁘다고 소리 내어 인사한다.

꽃이 한창 많이 필 때는 이 꽃 저 꽃 어느 꽃도 섭섭지 않게 말을 거느라,

또 손님이 오면 요 예쁜 짓 좀 보라고 자랑시키느라

말 없는 식물 앞에서 나는 수다쟁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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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박완서님이 대필을 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나의 나무들과 꽃들에게, 내가 키우는 강아지에게 자주 말을 건다. 이름조차 모르는 들풀들에게도 말을 건다. 

 

나는 이런 사람을 사랑한다.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만물과 소통하는 사람.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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