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인과 소통할 때 나의 생각과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기에 '언어'라는 그릇이 작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느끼는 감정에 가장 가까운 단어들을 골라보지만 가끔 언어로는 내가 전하고픈 바를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또 그로 인해 원치않는 오해가 빚어지는 경우도 있다. 언어의 한계가 만들어내는 불통과 오해 사이에서 '거시기'나 '머시기'라는 무한한 확장의 언어는 얼마나 근사한가! 무엇이라 단정짓기는 애매하지만 말하는 이와 듣는 이로 하여금 이해력과 상상력, 공감력까지 무한히 끌어올리는 환상적인 단어가 아닐까. <거시기 머시기>라는 근사한 제목의 이 책은 그 이름 자체가 그의 정의이자 수식어인 이어령 선생의 여덟 번의 강연의 내용이 담겼다. 이어령이 80년 독서와 글쓰기 인생에서 길어낸 언어적 상상력과 창조의 근원에 관하여, 말과 글 그리고 책의 힘에 관하여. WORD가 WORLD를 바꾼다.

‘글’은 암벽 같은 딱딱한 것을 긁는 것을 어원으로 합니다. 흔적을 남기는 것이죠.
긁다, 그리움, 그림 전부 글에서 나온 겁니다.
책은 글입니다. 말과는 다릅니다.
어떤 흔적을 남기니까 시간이 공간화됩니다.
말한 것은 사라지지만 긁는 것은 흔적으로 남습니다.
그리움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그리움은 마치 책에 글자처럼 여러분 가슴속에 긁혀져 있죠.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글은 말과 달리 흔적을 남깁니다. (p. 129)

언어의 세계에는 인간의 창조적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요.
절대 변화가 불가능한 자연법칙이 아닌,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언어의 세계 속에서 나의 삶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word’로 ‘world’를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희망이 넘치겠느냐는 이야기입니다. (p. 180)

언어의 속도에 반응해서 뒤쫓아가는 사람, 창조적 상상력으로 만들어가는 사람, 소비하는 사람, 이렇게 세 종류가 있는데
여러분은 언어를 소비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뒤쫓아가는 사람이 되지도 말고,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언어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자기 인생과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이에요.
그것이 바로 글쓰기이고 말하기의 핵심입니다.
뒤쫓아가지 말라는 것. (p. 192)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