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암실문고
마리아 투마킨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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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 마리아 투마킨
?? 을유문화사 @eulyoo

"내 일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거란다." 누군가 나에게 해준 말이다.

살면서 죽도록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있었나?
시간이 지나서 다시 생각했을 때도 여전히 고통스러운 경험이 있나?

나는 너무 감사하게도 이런 경험은 없다.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을 때도 시간이지나며 자연스레 잊혀졌고,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그 정도는 아니였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내가 아닌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쉽지 않은 책이었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그래서 어떻게 됐다나는 거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책이 크지도 두껍지도 않은 책이었지만 이렇게 속도가 나지 않은 건 처음이어서 당황스러웠다.

물론, 이 책에서 나오는 고통의 수위가 많이 높긴 하다. 자살한 지인이 있는 사람, 마약 중독자, 나치 집단 수용소의 생존자, 홈리스, 가정폭력 피해자......
이 사람들의 고통을 감히 내가 이해할 수 있을 까.


1. 시간은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
2. 과거를 망각하는 자들은 그것을 되풀이하는 형에 처해진다
3. 역사는 반복된다
4. 내게 일곱 살이 되기 전의 아이를 데려다 달라, 그러면 그 아이가 자라서 어떤 여자가 될 지 알려주겠다
5. 같은 강에 두 번 들어 갈 수는 없다.


타인의 고통을 읽고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그게 이 책이 갖고 있는 주제다.

"내 일이 아니고서야 타인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건 자만이다. "
위로 할 순 있겠지만, 이해한다는 자만은 하지 말아야겠다. 고통을 느끼고 있는 상대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을 때까지 함께 해줄 수 없다면 함부로 아는체 말자.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낀 점이다.

p. 169
물론 인생의 어느 시점에 트럭 한두 대가 몸 위로 지나가는 건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일이다. 하지만 고속 도로 위에서는 지나가는 트럭이 한두 대가 아니다. 무더기로 온다. 멈추지도 않는다. 중요한 건 바로 그 부분이다. 재발한다는 것. 요점은 반복에 있다.

고통스럽던 시절을 추억으로 할 수 있다면 그건 고통이 아닌 것 같다.

p. 91
어맨더의 오빠와 아주 친했던 친구는 어느 주말 총으로 자살했다.
어맨더는 이제는 알겠다고 말한다
"난 그걸 극복했어"라고 말하게 되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고, 그냥 그렇다는 걸 알겠다고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언젠간 끝이 있다고...하지만,
이 책은 모든 것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슬픔엔 한계가 없다고 말한다. 고통엔 한계가 없다고 말한다.

표지의 저 무거워보이는 돌처럼 정말 무거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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