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요의 전통과 시가율격
조동일 / 지식산업사 / 199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동일 교수의 학문적 성향은 주체적이고 전통계승적이며 세계적입니다. 이 책 또한 그런 학구적 노력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먼저 첫 논문인 '한국 문학 전통론의 문제점'은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말 수 있게해주는 글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구분을(종래의 단절적인 문학사 인식의 태도) 비판하고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시각을 요청합니다. 이런 역사 인식은 표면적 의식과 이면적 의식이라는 개념을 통해 도출된 것입니다. 표면적 의식은 문학사의 내재화되었던 문학적 역량이 역사의 표면으로 등장하여 해당 사회의 문학으로 자리잡은 것을 말하고, 이면적 의식은 이전의 문학적 전통이 단절됨이 없이 문학사의 이면에 무의식적으로 면면히 전해지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다시 역사의 표면으로 올라올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개념은 촘스키의 언어학 이론에서 얻어낸 듯 합니다.

문학사의 전통을 이러한 원리로 설명한 뒤 '민요의 실상파악을 위한 현지조사'라는 논문에서는 저자가 영남 대학에서 학문 생활을 할때 경북지방의 민요를 조사하고 이를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은 사회 계층에따른 텍스트의 차이 분석(사회적 상황과 각편의 다양성)입니다. 물론 이런 이론이 지금에와서 진부한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 현지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도출된 개념이라는 데서 그 가치를 인정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민요 형식을 통해 본 시가사'에서는 한국 문학의 서정장르류인 향가, 여요, 시조, 가사의 기원을 밝히고 있는 장입니다. 여기서는 기존의 외래기원설을 비판하고 우리 민요의 유형을 분류하면서, 그 유형이 이면적 의식으로 흘러오다가 역사의 어느 시점에 어느 한 유형이 시가화되어 향가, 여요 등으로 표면화 된것이라는 주장을 펼칩니다. 주체적인 참신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사실 이런 견해는 학문의 엄밀성에서 나온 학설이라고 보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조동일 교수의 가장 큰 학문적 딜레마라고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텍스트를 텍스트 내재적인 원리로 분석하는 것 이 아니라 연구자의 편견(주체성이데올로기 또는 민중 이데올로기 등)을 토대로 가설을 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논거를 기계적으로 조합한다는 혐의는 그의 어느 글에서나 느껴지는것입니다.

뒤에 이어지는 '시조의 율격과 변형 규칙'과 '현대시에 나타난 전통적 율격의 계승'도 저자의 주체적이고 독자적인 이론으로서 고전문학의 전통을 현대문학에서도 확인할 수있다는 가설을 입증하고 있는 저술 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