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론입문 창비신서 74
테리 이글턴 지음, 김명환, 장남수, 정남영 옮김 / 창비 / 198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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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턴은 현대문학 이론의 전반적인 개설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있으면서도 단순한 소개를 넘어, 비판적 수용이라는 미덕을 확보하고 있다.

딱딱하고 개념적인 이론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은 이 저서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그리고 이 명쾌함은 분명 마르크스주의자로서의 이글턴이 가진 유물론적인 구체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워렌과 웰렉이 같이쓴 '문학의 이론'과는 여러모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들이 말한 문학이라는 명제앞에 놓여진 본질적이라는 관형어는 이글턴에게는 자유주의 휴머니즘의 반동적 이데올로기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리비스나 신비평에대한 이글턴의 신랄한 비판은 이런 추정의 정당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는 프레드릭 제임슨이 '언어의 감옥'에서 심도있게 설명한 바를 다시한번 환기시켜 준다. 다시말해 이글턴은 소쉬르 언어학의 탈역사적 한계안에 갇혀진 이론으로서의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의 모순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에서 이글턴은 문학 이론의 죽음을 고하면서 이론적 다원주의를 공박한다.(251쪽) 내가 보기에도 다원주의는 배짱없는 절충주의로밖에는 여겨지질 않는다. 뒤이어 이글턴은 자신의 비평적 대안으로 '담화이론'과 '레토닉(수사학)'을 제안한다. 전통적 비평으로서의 이런 방법들은 텍스트를 설며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데, 아마 이 말은 텍스트에 가해진 이데올로기의 작용을 밝혀내는 것을 말하는 것인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이말의 의미를 곡해하지 않아도 좋다. 이글턴의 다음말에 그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치적 믿음이나 행동과 관계된 가치관에 근거해서 문학텍스트를 대하는 '정치적 비평'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더한 비평이든 이러한 일은 이미 하고 있다. 비평 중에 '비정치적'인 형태가 있다는 생각은 문학을 정치적 용도로 사용하도록 효과적으로 조장하는 신화에 불과할 뿐이다.(257쪽)

나는 이 단순한 말에 상당한 감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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