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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기계 ㅣ 청년에세이 2
고미숙 지음 / 소명출판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고미숙이라는 저자를 보고 선택하게 된 이 책은 문학론에서 문화론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비평들을 묶고 있다. 일전에 한겨레 신문의 '인문학 데이트'에서 학부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한국 고전문학을 전공한 이력을 갖고 있으면서 마르크스주의와 프랑스의 포스트 구조주의의 이론을 받아들여 고전 분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소장재야학자로서 고미숙을 소개받았다.
교수임용을 포기하고 수유연구실을 차려 진보적인 학문과 문화활동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민족문학사학회의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그곳에 연결된 수유연구실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았더니 상당히 참신한 연구들이 많이 있었다.
비평기계라는 제목의 이 책은 계간 상상의 동아시아론을 비판하는 자리에서 민족주의 파시즘을 찾아내고 여기서 학문의 엄밀성에 대한 강조와 이념에 오염된 학문적 활동의 모순을 간파해 내고 있다. 그리고 반일 구수와 고구려에 대한 신화적인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대목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2부에서는 페미니즘 문학에 대한 비평으로 이문열의 보수기질을 맹공하면서 공지영이나 은희경과 같은 페미니즘 작가들에대한 비판도 과감하게 하고 있다. 또 고전미학에서의 페미니즘적 시각을 끌어와 현대 페미니즘문학의 부족함을 메꾸려는 시도는 참신했다. 전근대와 탈근대에 대한 고찰을 사설시조에서의 성표현을 가지고 설명하는 부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외 부록에서는 영화평론이 실려있다.
고미숙의 비평 작업이 얼마나 타당한지는 아직 함부로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녀의 논리체계가 그럴듯 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망설임을 갖게 되는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사실 그녀가 혐오하는 이데올로기적인 파시즘에 그녀 도한 오염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 때문이 아니었을까? 앞으로의 도정을 지켜보면 알 수 있을 일이다.
이 비평집을 통해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해석적 지평의 광대함에 한 수 가르침을 얻었다. 그리고 비평이 지닌 재미를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다. 고미숙은 기대대는 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