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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사조
김용직 외 / 문학과지성사 / 1990년 3월
평점 :
품절
문예사조는 문학이 자리놓인 공간의 지형학이 만들어 놓은 커다란 흐름이다. 현실적 삶이 문학을 생산케하고 그 생산된 문학이 한 시대의 흐름으로 인정될 때 문예사조는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예사조는 한시대의 특수성을 담는 동시에, 그러한 특수성이 개별 작품들의 다발에 의해 만들어 내는 보편성을 지향한다. 쉽게말하자면 특수성의 보편화라고나 할까?
이 책은 '문예사조의 의미와 그 한계'라는 김치수의 글로 시작해 1부에서는 '문예사조의 형성과 그 성격'이라는 이름으로 바로크에서 구조주의에 이르기까지의 서구 문예사의 흐름을 각 사조의 대표적 이론가의 글을 실어 소개한다. '문예사조의 수용과 그 반성'의 제목을 단 2부는 근대문학기에 문예사조의 수용 양상과 그성격을 비판적으로 다르고 있다. 1부는 해당 언어권의 전공자들에 의해 번역된 것이고, 2부는 국문학자들의 연구물들을 모은 것이다. 이러한 체제는 문예사조라는 세계문학사(서양문학사)를 주체적으로 수용해 보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 한권으로 문예사조를 주체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은 지나친 낙관일 수도 있다. 다만 반성의 계기와 건전한 시작을 선도한다는 면에서 그 가치를 확이해 볼 수 있다.
근 이십년 간 20쇄를 찍어낸 서지적인 정보를 고려해 본다면 우리 문학계에서 이 책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는 보다 분명해진다.
1996년에 문학과 지성에서 나온 '문예사조의 새로운 이해'는 '문예사조'출판후 약 10년이 지난 뒤의 우리 문학의 문예사조 수용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문예사조의 새로운 이해'는 마찬가지로 2부로 구성되어 1부에선 우리 외국문학 연구자들의 문예사조론을 2부에선 우리 연구자들의 한국문학적 수용양상을 다르고 있다. 이 두책의 간극은 우리 문학연구의 발전에 상응한다. 10년후엔 어떤 저서가 묶여 나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