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권력 - 개마고원신서 26
강준만.권성우 지음 / 개마고원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강준만은 이 책을 통해 탁월한 '담론 해설가'로서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문학 사회학의 관점에서 문학의 유통구조와 제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로인한 여러가지 문학적 폐해를 들춰내고 있다. 특히 이 책이 가진 강점은 저자의 담론 정리에서 찾을 수 있다. 문학권력의 비판과 반비판에 관한 주요한 글들을 이 책 한권을 통해 접할 수 있다는 경제성이 이 책의 주요한 장점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문학 사회학에 대한 학문적 작업이 아니라 현단계 문단의 비평현상에 대한 저널한 분석을 담고 있다. 문학이 불건전한 유통구조에 의해 제대로 소통되지 못하는 우리사회의 문제들을 나름대로의 예리한 시선으로 들춰내고 있는 것은 강준만다운 작업이었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이런 문학구조 혹은 문단구조의 문제에 대한 강준만의 지적이 문단 내부의 비판적 성찰의 부재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킨다. 물론 강준만의 글은 대부분이 문단 내부에서 나온 비평가들의 비판적 글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가 주류의 권위와 보수적 안정론에 밀려 변방의 힘없는 목소리로 들리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문학권력 논쟁'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강준만은 상징권력과 자본에 예속된 현시대 비평의 한계를 지적하고 그러한 구조의 재생산과 공고화에 이바지하는 문학상 제도와 문언유착의 양태를 비판함으로써 문학의 탈신비화와 탈마법화를 유도한다. 뒤이어 창비와 문사, 민음사와 문학동네와 같은 출판사와 문학에콜들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수구적이고 불건전한 문학권력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황해문화에서 벌어진 남진우와의 논쟁의 연장선에서 쓰여진 권성우의 글도 '문학권력논쟁'의 성격을 생각해 보게 한다.

강준만은 비판의 방식에 문제가 있지만, 비판의 타당성 만큼은 제대로 인정해 주어야 겠다. 문학전공자로서 그에게 참으로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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