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에 갇힌 문화비평
김성기 / 민음사 / 1996년 2월
평점 :
품절


정말 좋은 책이다. 저자의 탄탄한 이론적 토대와 지식인으로서의 치열한 자기 인식이 돋보이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문화 비평서인만큼 어렵지 않으면서도,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무게있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아니, '매력'이라고 말해버리기엔 이 책의 전언들이 너무 치열하다.

저자의 논리는 그의 전작인 <포스트모더니즘과 비판사회과학>이라는 책 제목처럼 흔히 불화의 관계로 알려진 두 담론, 즉 비판이론과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현대'라는 공간은 이전의 정치, 경제의 과잉에서부터 문화의 과잉으로 그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대중문화'이다. 대중문화는 '억압'과 '해방'의 이중성을 띠고 있는데, 여기서 대중문화의 '억압'적 기능을 극복하고 '해방'적 기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비판적인 문화이론의 모색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매체가 메시지가 되고, 가상이 리얼리티를 초과해 버리는 대중문화의 기만성을 통박하고 문화의 참다운 즐김을 위한 논리를 모색한다. 이 때 보드리야르, 푸코, 리오타르 등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상들과 알튀세르를 비롯한 비판사회학적인 후기마르크스주의는 오늘날의 문화 현상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해방적으로 이끌 수 있는 실천의 논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문화에서는 매체와 미디어 테크놀로지 그리고 그 핵심에 있는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면서, 특히 마크 포스터의 '정보 양식론'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은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여러 담론들을 소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저자의 탁월하고 섬세한 안목으로 우리 지성사를 반성하고 새로운 방향 전환을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불란서제 담론의 그늘]은 오늘날의 젊은 인문학도들이 프랑스의 후기구조주의 담론을 무비판적으로 그리고 수사적으로 수용하고 있는데 대한 예리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포스트 모던'을 위한 변명]과 [박노해라는 상징의 의미]도 오늘날의 우리 지식인의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이 책의 모든 글들은 어느 하나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흥미롭고 또 탁월하다.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저자는 우리 나라에서 몇 안되는 탁월한 지성을 소유한 지식인이며, 탄탄한 실력과 건전한 신념을 함께 갖고 있는 치열한 지식인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자극을 받았고 많은 것을 배웠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책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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