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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코프스키 - 사랑과 죽음의 시인
앤 차터스, 새무얼 차터스 지음, 신동란 옮김 / 까치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단테에게 베아트리체가 있었다면, 그리하여 저 위대한 <신곡>이 탄생할 수 있었다면, 마야코프스키에게는 릴리가 있었고 그로인해 그의 위대한 시편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문학을 열정의 산물이라 한다면 그 열정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것이 '사랑'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책은 러시아의 미래파 시인중의 한 사람인 마야코프스키의 전기이다. 이 글은 마야코프스키의 문학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단서로서 그의 영원한 연인 릴리와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릴리가 없는 마야코프스키의 문학이란 김빠진 콜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혁명초기의 러시아 문단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데, 러시아 형식주의자인 쉬클로프스키가 당국의 탄압으로 망명하게 된다던가 <닥터 지바고>의 작가 파스테르나크와의 교분, 에세닌과의 경쟁관계, 루나 찰스키와의 관계 등을 엿보는 것도 이 책의 또다른 재미라 할 수 있다. 라프와의 적대적인 관계와 스탈린 치하에서의 미래파 시인으로서의 마야코프스키의 고뇌는 러시아 문학의 한 면모를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라 하겠다. 이 시기의 러시아 문학은 우리 근대문학에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당대 러시아 문단의 분위기를 느껴본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것이었다.
마야코프스키의 삶은 충동적인 힘들의 긴장으로 충만해 있는 것 같다. 사랑과 질투, 열정과 분노, 죽음에의 충동과 삶에의 충동, 이런 것들 속에서 나오는 시란 마찬가지로 충동적이고 격렬한 것일 수밖에 없다. 나는 마야코프스키를 읽으면서 임화라는 인물을 떠올럈다. 미래파 전위주의 시에서 출발했으며 영화에 몰두했고 당과의 불화를 겪었던 임화의 삶이란 분명 마야코프스키의 삶과 많이 닮아 있다. 그 둘의 영향관계에 대해서 아는 바 없지만 한 번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