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시대의 문학
김성곤 지음 / 민음사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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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늘날 우리는 포스트모던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이 무엇인가 딱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여러 실속없는 논쟁들이 들끓고 오해와 오독이 판을 치고 있다. 젊은 학인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표피적인 매혹에 빠져 레토릭의 차원에서 놀고들 있다. 이 책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저자는 포스트모던한 현상의 부정적인 면을 포스트모더니즘의 본질로 착각하지 말것을 당부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기존의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이분법적 한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출발한 사조이지 결코 갈데까지 간 모더니즘의 연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오늘날의 신세대 문학이 가진 탈정치성을 나무라면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배면에 깔고 있는 무거운 가벼움이란 사실을 환기시킨다. 그런데 우리 작가들은 감각적이고 세련된 문체, 정치적 고민없는 개인의 일상적 가벼움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포스트모더니즘의 오해 가운데 하나로 패스티쉬(혼성모방) 같은 개념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비판하는 논자들의 용어이지 그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의 건강한 논리가 못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 학계나 창작인들이 그것을 잘못 알고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으니 무작정 베껴도 좋다는 식의 왜곡된 포스트모더니즘을 주장하고 있다고 공박한다. 저자는 이런 사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외국(주로 일본)의 이론을 반성없이 수용할 것이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 작품들을 많이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그래야 진정한 포스트모더니즘의 논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 인문학도들은 '지식'과 '정보'를 구별하지 못하고 정보에 탐닉함으로써 무게있는 건강한 지식을 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대목도 귀담에 들어야 할 부분이다.

또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는 뉴미디어시대임을 강조한다. 메체가 메시지라는 맥루헌의 고전적 명제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문학 환경의 변화와 글쓰기의 새로운 방향 모색을 내세우고 있다. 이제는 고급문학과 대중문학의 벽을 허물고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고급한 대중문학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중심의 주변에 대한 억압을 성찰하고 정전으로 굳어진 텍스트와 절대 진리에 회의한다.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의 논리는 문학생태학, 포스트털로니얼리즘, 페미니즘, 포스트모던 역사소설 등 새로운 문학의 논리로 이어진다.

나 또한 이 시대의 젊은 학인으로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불명확한 태도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김성기의 작업과 이 책의 저자인 김성곤 교수의 작업들을 지켜보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해방적 기능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역시 이론이 문제가 아니라 이론을 사용하는 건전한 정신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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