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와 그의 시대 2
김윤식 지음 / 솔출판사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이광수의 전기문인 <이광수와 그의 시대>는 기념비적인 저서가 아닐까. 철저한 고증과 자료조사 그리고 이광수에 대한 저자의 강렬한 애정이 이런 대작을 빚어 놓을 수 있었던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김윤식의 저서 곳곳에는 이 이광수 연구의 체험을 강렬하게 묘사해 놓은 부분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김윤식의 근대 문학 연구에 있어 이광수 연구는 대단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 책 역시 김윤식의 기존의 작가 연구가 그러하듯 '아비 찾기'의 관점에서 기술되고 있다. 이광수에게 아비란 조부, 동학의 박찬명 대령, 예수, 톨스토이, 도산으로 이어지는 것으로써 김윤식의 방법론으로서의 아비란 헤겔의 '절대정신'과 유사한 것이라 여겨진다. 저자는 이광수를 '고아의식', '애정결핍증' 등의 논리를 통해 '부모의 부재', '애정의 결핍'에 대한 자각이 크면 클수록 '아비'에 대한 지향성 또한 강렬해지는 것으로 본다. 물론 이러한 아비찾기로서의 이광수의 일생은 준비론이라는 민족계량주의적 발상의 한계랄까, 아니면 그의 인간적 위선의 결과랄까 어쨌든 천황제 파시즘에로의 경사와 함께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나의 생각으로는 해방 이후의 춘원은 천황제 아비를 잃은 천애의 고아로서 엄청난 상실감을 느꼈던것 같다. 해방 직후의 2년여 기간 동안 한 편의 글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음이 그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때 이광수의 친일, 즉 민족 배반의 논리를 따지기에 앞서 그의 친일에 대한 신념의 무모성, 즉 전후 일본에서 줄기차게 비판되고 있는 천황제 이데올로기에 대한 지각 없는 경도를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광수에 대한 감정적인 친일 비판에서 구해낼 수 있는 하나의 방법론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문사로서, 언론인으로서 혹은 지사(?)로서 많은 소설, 논설 등을 글들을 토해 놓은 춘원 이광수의 의미란 무엇일까. 나는 인간 이광수야 말로 우리의 근대, 근대성을 가장 드러내 보여주는 리트머스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소세키가 '자기본위'의 논리로 근대에 대응했고, 중국의 루쉰이 인민주의에 기반한 진보적 혁명주의를 통해 근대에 대응했던 인물들이라면 춘원은 준비론의 논리로 근대에 대응했다고 볼 수 있다. 이광수의 근대 대응을 살펴보는 작업은 우리의 근대를 살피고 근대 이후의 논리를 모색하는 작업의 하나라 여겨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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