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이름은 많이 들어봤다.

2.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후기나 사적인 글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이름이다.

3. 읽어 본 사람들의 평이 대부분 좋다.


이 세가지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으면 아마도 그것은 내 취향에 잘 들어맞는 책일것이다.

'류시화'란 작가가 그랬다.

위 세가지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킴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랫동안 그의 책을 보는데 망설이고 있었다.

깨달은 사람인양 난체만 하는 사람일까봐,

지금까지 들었던 그에 대한 좋은 평이 막상 그의 글을 읽고 나서는 사라져버릴까봐

이해할수 없는 나의 소심함으로 계속 미뤄왔던 것이다.


'지구별 여행자'

인도 여행을 하며 저자가 겪은 일과 단상들이 모래알 속의 사금처럼 잔잔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자가 얘기하는 에피소들은 마치 어렸을 때 읽었던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을 연상시켰다.

그 때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재밌는 이야기를 읽는 것뿐이었는데,

지금, 이 책을 통해 나는 '배꼽'이란 책의 메시지에 조금 다가선 듯하다.

'배꼽'보다는 쉽게 그러나 감동은 그에 뒤지지 않는 우화들이 이 책에는 있었다.


자신이 시인이란 신분에 지나치게 겸손해하지도, 과하게 거만해하지도 않는 작가의 태도가 맘에 들었다.

그저 시인일뿐인 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마도 세상의 진실을, 삶의 진리를 깨달았을 그가 세속에서 흔들리고 자신의 평정을 잃어버리는 장면에서 그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했다.

깨달음이란 처음부터 특별한 사람, 남달리 의지가 굳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는 희망을 엿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항상 일에 시간에 치여산다고 느낀다면,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함께 고민하고 싶은 이가 필요하다면,

인도에 가보고 싶다면

손 가까이 있는 곳에 두고 아무 때, 아무곳이나 펼쳐보아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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