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닌 잘못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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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우리는 SNS의 시대를 살아가는 만큼 인터넷과 SNS는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요즘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머나먼 곳의 소식까지 빠르게 전해들을 수 있으며 SNS의 특성상 쉽게 공유되고 전달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의 빠른 검색과 전달이라는 순기능이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_ 그 예시로 '학폭 논란'을 들 수 있는데, 익명성이라는 가면 아래 악의를 품은 사용자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SNS에 유포하면 이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공유되고 확산된다.

_ 그렇게 사람들의 뇌리에는 당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심어지게 되고, 후에 해명이 되더라도 이러한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른바 불확실한 정보를 이용한 '인터넷 마녀사냥'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_ 『내 것이 아닌 잘못』은 현지에서 '복선의 마술사'의 별명을 갖고 있는 젊은 미스터리 작가인 '아사쿠라 아키나리' 작가가 선보이는 인터넷 마녀사냥 미스터리 도주극이다.

_ 그의 작품은 이곳저곳에 숨겨놓은 복선을 깔끔하게 회수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젊은 차세대 작가답게 최근 트렌드인 인터넷과 SNS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합리함을 본격 미스터리로 녹여 풀어내는 이야기라 읽기 전부터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_ 평범한 회사원인 '야마가타 다이스케', 그의 계정인 양 완벽하게 꾸며진 트위터 계정에 살인을 암시하는 의문의 게시물이 올라오게 되고, 이는 SNS 사용자들에 의해 급속하게 유포된다.

_ 글을 본 네티즌들은 게시물을 통해 실명, 얼굴, 직업, 근무지 등 개인정보를 캐내게 되고 평범한 회사원인 다이스케는 하루아침에 여대생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전락하게 된다.

_ 매일매일 게시글은 급속도로 유포되고 인터넷 사용자들은 그를 비난하며 마녀사냥을 시작한다. 그는 아무도 믿지 말라는 의문의 쪽지와 함께 도주를 시도하고, 자신이 직접 사건의 진범을 잡기로 결심한다. 과연 그에게 도달한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_ 마치 억울한 누명을 쓴 남자의 사투를 담은 이사카 코타로의 『골든슬럼버』의 플롯과도 유사한 『내 것이 아닌 잘못』은 대학생인 '스미요시 쇼마', 회사원 '야마가타 다이스케', 그의 딸인 '야마가타 나쓰미', 형사 '호리 다케히코'의 4명의 인물의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이러한 시점 교차의 구성은 처음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작가가 숨겨놓은 복선을 회수하는 유용한 장치로 작용한다는 점이 정말 대단했다.

_ 서평단 모집때 출판사 측에서 직접 스포금지를 당부해주셨을 정도로 작품을 관통하는 많은 복선과 결말부 생각치 못한 반전은 정말 놀라울 다름이었다.

_ 특히 이번 작품은 '복선의 마술사'라 불리는 작가의 작품인만큼 책의 결말에 도달한 후 다시 책을 되짚어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연치 않게 당연하다는 듯이 넘어갔던 부분조차 작가가 숨겨놓은 트릭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정말 놀랍고도 대단했다.

_ 그뿐만 아니라 마치 영화와도 같은 스토리와 전개에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흡입력이 뛰어나 술술 읽히는 점 또한 책의 묘미이다. 400쪽 가까이 되는 꽤 두꺼운 책이지만 하루만에 완독할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 많은 팔로워분들이 모두 한입 모아 말씀하시던 책의 뛰어난 흡입력을 직접 책을 완독하고 나니 공감할 수 있었다.

_ 작품의 제목을 『내 것이 아닌 잘못』으로 지은 이유에 작가는 요즘 시대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책임 회피를 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을 했다고 한다.

_ 나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때 사과를 하는 사람보단 '너가 잘못한거야'라고 책임회피를 하며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분위기가 은연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 같긴 했다. 인터넷 마녀사냥 또한 자신의 잘못은 없다는 무책임한 태도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다.

_ 고전 추리소설 작품들이 남기는 여운도 좋지만 이러한 현대 사회 문제를 현실적으로 녹여낸 소설이야말로 가볍게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사회적 논의에 대해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 같다. 오랜만에 책을 읽고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든 값진 작품이었으며, 그동안 SNS를 자주 이용하는 나를 되돌아보고, '내 잘못'을 '내 것이 아닌 잘못'으로 치부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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