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하얀 집 비룡소 창작그림책 62
이윤우 지음 / 비룡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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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하얀 집 - 이윤우

 

 

 

알록달록 숲속 한가운데 눈처럼 하얀 집에 사는 할머니.
벽도 바닥도 가구들도 온통 하얗다. 거기에 고양이도 하얗다.
할머니는 하얀집이 더러워 질까봐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고 외출도 하지 못했다.
사라진 고양이를 찾으러 나갈 수도 없었다.
몇일만에 나타난 하얀 고양이는 얼마 후 새끼 고양이들을 낳았다. 알록달록 세마리를.
아빠가 누구길래 알록달록일까 순간 궁금해짐^^

  
새하얀 집을 새하얗게 유지하기 위해 언제나 쓸고 닦던 할머니에게 새끼 고양이들은 그야말로 불청객.
종일 어지르고 할머니는 치우고 하루가 금새 흘러가고 곯아떨어지기 일쑤다.

누구를 위한 삶이었을까?
할머니는 하얀 고양이 한마리와 함께 조용히 평화롭게 지내던 예전에도 행복한 얼굴을 아니었다.
깨끗한 집에서의 삶은 행복했을까?
더러움과 깨끗함의 경계는 너무 주관적이다.
깨끗함과 더러움의 판단 역시 너무 주관적이다.
매일 밤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소기를 돌리는 윗집 아낙도 할머니 같다.
웃는 얼굴을 못 봤네 그러고 보니. 윗집 아낙도 행복해 보이진 않다.


깨끗하면 좋다.
그렇지만 삶의 목적과 가치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깨끗한 집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청소를 하는 시간이 죽도록 힘겹다면 행복한 걸까.
이웃이 놀러오고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마음까지 나누게 된다.
집은 더러워진다.
그러나 행복하다면 청소쯤이야 조금 덜, 더 하면 어떠리~

나는 어떠한가.
나는 삶의 규칙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할머니는 고작 청소뿐이지만.
나는 삶 전체에 내가 정한 틀이 있고 그것이 깨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한다
내가 왜 늘 화가 나 있을까? 우울증일까?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져서 일까? 사회적 성취감을 느낄 수 없어서일까?
아니었다.
어디에서건 그 틀이 깨어지면 난 화가 나고 그 틀을 깨는 이들에게 화를 냈다.
그런 나 자신의 모습을 최근에야 발견 아니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새끼 고양이들과 부대끼며 행복을 알게 되었다.
자연스레 인생에 있어서 뭐가 중요한지를 알게 되고 그토록 깨끗함을 유지하던 집을 내어준다.
공유하게 된다. 웃음을 짓게 된다.

나는 아직 할머니처럼 변하지 못했다.
늘 뒤치닥거리중이다. 감정의 처리, 물건의 처리,
생각의 변화는 종이 한장 차이인데
표지의 할머니의 표정이 거울을 보는 듯 해 씁쓸하다.

나의 틀을 깨고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다.
살아온 환경과 시간의 영향이 너무 크지만 할머니도 해내셨는데 나도 해보자.
알록달록 이쁜 집에서 모두 함께 뒹굴 수 있는 그날을 나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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