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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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밤을 꼬박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 극도로 에민해진 신경들을 수면유도제로도 잠 재울 수는 없다. 사정없이 뛰는 심장의 고동 소리를 느끼며 내게 이토록 고통을 일으킨 사건을 복기하고 또 복기하며 괴로움에 몸부림 치는 동안 까만 밤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고 나는 혼자말을 중얼거렸다.

또 찾아왔구나,

평화로움은 언제나 잠시일뿐 인생은 이렇게 얘기치 않은 순간에 어떤 사건을 던져주며 고통과 혼란과 불안과 분오와 슬픔을 불러낸다. 방심하고 있을대 마다 잊지 말라며 툭 던져주는 생의 문제들을 붙든 채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며 모래알 같은 밥을 씹으며 나는 오래전 보았던 레옹의 대사를 떠올린다.

마틸다 : 사는 게 힘들어요

어리기 때문에 그런가요?

레옹 : 언제나 그래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은 마흔의 여자와

결국 아무것도 못 될 것 같은 자기 자신이 두려워진 스물 일곱 남자의 이야기..

드라마의 소개글에서 지은이도 멈칫 했던 대로 나는 이 글귀에서 멍해지고 말았다. 그를 만나면서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길을 잃어버린 여자..그런 채로 멈추어진 시간...

가끔 나는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해지는저녁, 창문에 서서 가로등이 하나둘 들어오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볼 때,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볼 때, 밥은 챙겨먹었고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며 다정하게 가족의 한끼를 챙기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 당신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지곤 했습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는 무탈했는지...

있지......버티려고 너무 애쓰지마, 당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다 싶으면 과감하게 그만 둬...

회사를 그만둔 주인공이 엄마를 찾아간다. 표정이 좋지 않은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엄마가 무슨 일 있냐고 묻는다. "회사에서 짤렸어요 "그 말에 엄마는 안도하는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해준다.

"난 또 큰 일이라고,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았으면 큰일이 아니야". - 드라마 스토브리그

"당신이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게 아니잖아. 자존감을 잃으면 안 돼" 답장으로 엉엉 우는 어피지 이모티콘을 보낸 그에게 언젠가 책을 보며 메모해두었던 글을 보내주었다.

일은 내가 아니다. 일은 무너져도 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 리부트 ,김미경

오래살 수록 인생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노인은 시간의 비밀을 알고 있다. - 서두르지 마라, 슈와프의 시

배신과 절망에 시달리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여러 번 먼저 보내면서도 빛나는 젊을을 잃어가면서도 깊어진 주름과 눈빛으로 여전히 굳건허게 생을 버티는 그들을 생각해본다.

오래 살수록 인생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여러번의 상처로 더욱 더 단단해지고 스스로 속에서부터 견고해지는 내가 되기를....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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