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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 - 마종기 산문집
마종기 지음 / &(앤드) / 2021년 4월
평점 :

"사랑하는 당신, 모쪼록 당신의 꿈속에서 당신이 찾고 있는 평안과 행복감을 누리기 바랍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최선을 다해 돕는다 해도 나는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기에 당신의 빈 가슴을 채우기에는 늘 부족하고 미흡합니다. 세상이 공정하지 못해 자주 실망하게 되고 주위의 모든 이가 완전하지 못해 자자꾸 상처를 받아 아픈 당신, 모쪼록 그 쓸쓸하고 추운 당신 가슴의 빈 구석을 당신의 아름다운 꿈으로 채우기 바랍니다."
항상 인생은 혼자가는 것이고, 외롭다고 더더욱 느껴지는 저녁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서문과 그리고 앞장에 마종기님께서 손수 써 주신 글귀에 순간 울컥 하였답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방황을 하고 아파하는 것일까.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아파도 힘들어도 피곤해도, 항상 곁에 있어 잊어버린 공기 같은, 바람의 목소리를 들고 싶어 집니다. 문득 자연의 속삭임을 찾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한 사람의 심장찢기는 아픔 막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은 헛된 것이 아니리
내가 한 사람의 고통 덜어줄 수 있다면
또 한 사람의 아픔 식힐 수 있다면
기절한 울새를 도와
둥지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내 인생 헛된 것 아니리"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저의 말에 한 명이라도 귀 귀울이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도움이 되었다면 흐뭇했노라고... 작가님도 직업적으로 저런 생각을 하셨구나하고 공감이 갔습니다.
"당신 있기에
인간은 지상에 내려온 별빛이라는 말
인간은 나무가 부르는 노래라는 말
모두 나를 들뜨고 황홀하게 하지만, 단지
당신 있기에, 당신이 나와 함께 있기에..."
한때 나의 태양이 있었고, 그 하늘이 밝게 빛을 발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하늘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이 꿈만 같았고 믿어지지 않았었죠. 그러나 역시 꿈이었죠...
잊지 못하는 것은 하늘이 있었기에 그 시절의 내가 있었고, 그 순간의 행복만은 내 몸과 마음이 기억하리라는 것입니다... 그 무엇도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답니다.
'느릅나무가 있는 풍경 - 유희경
아주아주 오래전 나도 당신도 없고 그러니 어떤 단어도 추억할 수 없는 골목에서 모두 잠들어 아무도 깨우지 않게 생활이 돌아눕는 느룹나무가 있는 골목에서 여태 어린 부부는 서로를 꼭 끌어안았을 것이다 고요가 잎보다 꽃을 먼저 흔든다."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시의 구절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계속 곱씹어 볼수록 작가님께서 말한 대로 아름다움 뒤에는 느껴지는 외로움과 슬픔이 저를 감싸고 돈다는 것을 알았네요. 느릅나무가 있는 풍경 속의 어린 부부의 포옹은 안쓰럽기까지 하고 그 뒤에서 저도 그들의 슬픔을 어루만져 주고 싶을 정도의 감정을 느꼈답니다.
의사들에게는 순간의 실수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평생 장애를 입힐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 긴장감으로 환자를 돌봐야 하는 삶을 사는데 이런 긴장과 불안 그리고 우울증을 약화 시키고 순화시키면서 삶의 평형감각을 유지 시키는 것이 바로 인문학과 예술에서 전파되어 오는 우뇌파적 사고와 판단력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우리는 음악과 미술과 문학의 곁에 있을 수 밖에 없구나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무거운 문을 여니까 겨울이 와 있었다. ‘
우리에게 묵상의 시간을 건네주는 겨울.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허락해주는 계절.. 그건 겨울이었네요. 방문객은 떠나면서 “ 평화를 너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14:27) 평화.....평화를 두 손으로 받아 촉감으로 느끼면서 올 겨울에는 지친 저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도 ”더 이상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나지막히 속삭이고 싶네요.
후반부에는 마치 마종기님의 대학에서 문학 강의을 듣는 듯 했어요. 대학에서 재대로 된 문학교육을 받고 시인이 되신 것이 아니었기에 그 말씀들이 더 진실되게 다가왔답니다.
"시인은 선구자고 선험자고 길잡이이자 현자이다. 외로움을 위로 받기 보다는 남보다 더한 고난과 추위의 길을 혼자 힘들여 이겨내야 합니다.춥고 외로운 팔자를 한탄하기 보다는 자기가 택한 에술가의 십자가를 말없이 어깨에 지고 그 모든 아픔을 감내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험난하고 어두운 길에 희미하게 보이는 마지막 등불이라고 믿습니다."
희미하게 보일 지라도 등불이 되어 무거웠던 삶의 발자국을 지워주시는 마종기님의 산문집을 읽고 그의 따뜻한 말투와 체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