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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돈의 인문학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8월
평점 :
인문학자’인 김찬호 교수가 돈의 실체를 인문학적으로 규명한 책이다. ‘돈은 물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간에게 돈은 무엇인가. 개인은 돈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이며, 인간관계에서 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등,돈과 우리삶과의 관계등을 여러사례들을 통하여 엮어내고 있다.
나는 이 책속에서 인상적인 내용들과 기억하고 싶은것들중 몇가지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내몸값은 얼마일까? 통상 객관적으로 평가할때 현재 자신의 경제적가치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즉, 현재 내가 회사에서 또는 사업으로 벌고 있는 금전적 가치로 평가되기에 돈의 액수로 환산되는 것이다. 정신적 가치가 수천억이 되는 석학일지라도 그 가치가 경제적으로 현실화 되지 않으면 소용 없다. 구체적 증표로 나타날때 돈이라는 가치로 환산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2010년 월드컵축구선수 메시는 연봉이 142억이었으나 그를 마크한 한국선수 김정우는 고작 95만이었다. 이게 말이 된다고 보는가? 천문학적인 편차다. 물론 그만큼 그 선수가 벌어들이는 돈이 있기에 지불될 것이다. 이렇듯 손익계산은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이다.
1914년 영국탐험가 섀클턴은 대원27명을 이끌고 남극탐험에 나섰다가 배가 침몰하여 중간에 고립되었다. 영하60도의 추위속에서 18개월동안 견뎌낸후 무사히 구출되었는데, 일행들에게 가장먼저 버리라고 한것이 돈뭉치였다고 한다. 행군하는 중에 짐의 무게를 1키로이하로 줄였는데 돈이 필요없었던 것이다.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는 구출될때까지 우선 살아남는것이 급선무다.
언제나 돈만 많다고 살아갈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인도에서 10명이 고립되었다고 하자. 그리고 그들 모두는 억만장자이며 모두들 대기업 회장이라고 하자. 이런 경우에는 돈보다 그들구성원이 원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이때 돈은 무가치하다.
가격이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가치를 규정하는 경우도 많다. 좋은 물건이기때문에 비싼것이 아니라 비싸기 때문에 좋아보이는 물건이 된다. 부자동네에서는 물건값이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말이 있다. 동일한 상품일지라도 가격이 보통사람들로서는 범접하기 어려울정도로 비싸야만 더 잘 팔린다는 거다. 그럴경우 그 물건은 사치품으로 둔갑될수 있다. 부자들만이 소유할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으로 가치상향된다.
의미있는 여론조사가 있다. 대학생들에게 돈이 인생최고의 성공증표냐,라는 질문에 중국과 한국 69%, 스웨덴28%, 캐나다 27%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돈을 최고의 성공이라고 보는 대학생이 70%에 이른다니 씁쓸하지 않을수 없다. 돈의 의존성이 너무크다. 돈에 필요이상의 가치를 부여할때 우리인생은 왜곡되고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절대빈곤층에게는 예외다.
미국의 철강왕 엔드루 카아네기는 자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내가 관대하게 돈을 많이 주면 너희는 내돈만 기억하고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돈맛에 길들여지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깊은관계가 이어지지 못하고 피상적인 관계에 머무르다가 돈이 떨어지는 순간 관계는 끊어질 것이다. 돈으로 얻는것은 순식간이기에 순간 사라진다. 그러나 지적능력이나 노동의 기술이 어느수준에 달하기까지에는 무수한 시간이 걸린다. 일단 이루어진 지적능력과 기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많은 돈을 버는목적은 우리삶에 필요하고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에 그쳐야 한다. 돈의 획득에만 집중하게 되면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 소홀하거나 실패할 수 있다.
왜 돈의 인문학인가?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거다. 천박과 폭력을 잉태시키는 것으로부터 벗어날수 있도록 하고 싶다. 삶이 기쁨으로 충만한 곳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타이완의 어느서점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가난한 사람은 책의 힘으로 부유해질 수 있고, 부자는 책의 힘으로 귀해질 수 있다." 인문학은 삶의 부유함과 존귀함을 발견하는 공부다. 인문학을 통해 지혜를 얻고 돈의 천박성과 폭력을 몰아내야 한다.
돈이면 다 된다고 하는 야만의 시대에 올바른 가치관으로 돈이 유용하게 사용될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저자의 고뇌가 담긴 책이다. 나도 당신도 돈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시대에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이 책을 일독하며 한숨 돌리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