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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선희 옮김 / 예담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중학교 2학년, 한 아이가 죽었다.
그 것도 집 앞 감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제일 먼저 아이를 발견한 건 창문에서 밖을 보던 그의 아버지..그리고 그 아이가 남긴 유서엔 네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왕따를 시킨 주동자들은 물론 벌을 받아야 하겠지..사는 것보다 죽음이 덜 무서웠기에 그렇게도 힘든 결정을 내렸던 게 아닐까.
그렇게 끝까지 몰아간 녀석들은 당연히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
그렇지만..그걸 방조한 반 아이들은? 그 아이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일까..
취재를 하던 기자는 말했다.
"사람을 죽인 녀석들과 죽게 내버려둔 녀석들의 반이군"
아무도 슈스케을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진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그를 죽음으로 몬 그 괴로움에서 구해주거나 도와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래, 너가 있으니 그 피해가 우리에게 오지 않는 거야..'
딱하지만, 내가 대신 <제물>이 되고 싶진 않은 그 마음이..결국 반 아이들을 방관자로 만들어 버렸다.
절친이라 불렸단 이유로 방관의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된 유..
자신의 거절로 인한 죄책감의 무게에 짓눌리는 사유리.
자신의 아들이 금새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 기억을 찾고 되짚는 슌의 어머니.
누구도 증오하지도 하지도, 그렇지만 용서하지도 않겠노라는 슌의 아버지..
그리고 잃어버린 형으로 인해 비틀거리는 가족속에서 묵묵히 버티는 겐스케.
"인간은 죽고 싶은 만큼 괴로울 때 절망할까?
아니면 죽고 싶은 만큼 괴로운데,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을 때 절망할까?"
도움을 청하지 못한 채 목숨을 끊은 슌의 절망과,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자식을 보낸 그 사람의 절망 중 어느 게 더 깊을까..
감히 그 깊이를 제 3자가 가늠해 볼 수 있을까..
"두 분 모두 다시는 일어서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나라도 자식을 잃었다면..일어서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어린 두 아이들이 내게 손을 채 내밀 수도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면..
나는 평생 내 무능함과 무관심을 곱씹고 또 곱씹어 내지 않을까..
딱지가 지면 채 아물어 떨어지기 전에 뜯어 또 상처를 덧내듯이 말이다..
이 이야긴 단순히 왕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죽은 사람을 살아남은 사람들이 기억해내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죽음을 본다는 것, 그리고 그 죽음을, 그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
그 무게가 얼마나 클까..십자가처럼 평생을 지고 가야할 그 무게가..
언젠가 '차라리 죽은 사람이 편하지..산 사람은 그걸 끌어안고 가야하는데..' 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누구나 평생 잊지 못할 말과 기억들을 가지고 있겠지만,
십자가처럼 등에 지는 기억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이 소설은 지금의 내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나는 어떤 십자가를 등에 지었을까. 또 누구에게 십자가를 지워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