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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쉬
옌스 하르더 지음, 주원준 옮김 / 마르코폴로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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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 초3 딸 아이가 먼저 뺏어가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마치 토판을 읽는듯한 책 매무새,
수메르-바빌론의 향취가 듬뿍 묻어나는 그림체에
쉅고 정갈한 번역까지… 최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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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성전기 문헌으로 읽는 마가복음 제2성전기 문헌으로 읽는 성경
벤 C. 블랙웰.존 K. 굿리치.제이슨 매스턴 지음, 김태훈 옮김 / 감은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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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머님은 왜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을까

제가 아는 노래 가사 중 가장 슬프고도 뭉클한 문장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일 겁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연배의 독자라면 쉽게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오래전 '어머님께'라는 노래가 발매됐을 당시(1999년), 매우 단순해 보이는 이 짧은 문장 하나가 수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죠.

하지만 2000년 이후 태어난 이들, 그룹 지오디(god)가 남긴 이 명곡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연령대가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문장을 접한다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저 '아, 어머님이 자장면을 싫어하시는 걸 보니, 짬뽕을 좋아하시나보다!' 정도의 추론에 머무를 수도 있겠죠.

이 문장은 표면적으로 보면, 화자의 어머님이 가진 식성·기호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둔 게 아니라, 지독히도 가난했던 시절 자녀들에게 값싼 자장면 외에는 변변한 외식을 시켜 줄 수 없었던 우리네 부모님의 궁핍한 처지와, 그나마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난 자장면 싫어하니까 너희가 다 먹어"라고 애써 웃으며 주린 배를 참아 냈던 그분들의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당시 한 그릇에 2000원 정도 하던 자장면조차 풍족하게 사 먹을 수 없어 마지막 남은 면발 한 가닥까지 자녀들에게 양보해야 했던 부모님의 모습, 그 어려운 시절의 감성과 애환을 단 한 문장에 녹여 낸 게 바로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인 셈이죠.

그 시절을 경험해 보지 않은 세대는 이 짧은 문장에 담긴 묵직한 감동과 슬픔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습니다. '어머님'과 '자장면'은, 20세기 후반을 살아 내던 가난한 가정들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과 시대정신을 알아야만 본래 의미를 놓치지 않고 해석할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2. 콘텍스트를 봐야 텍스트가 읽힌다


이처럼 모든 텍스트에는 콘텍스트가 있습니다. 모든 문장에는 이를 둘러싸고 있는 '배경'이 있다는 말이죠. 사전을 제외한 대다수의 책들은, 동시대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기본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배경지식이나 사회적 정서들을 굳이 해설해 두지 않습니다. 당시에는 뻔한 이야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면을 낭비하는 일이 되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전에 보편적이고 일반적이었던 이야기들도 점차 '상식'으로서의 지위를 잃게 됩니다. 나중에 가면 누군가 그 배경과 의도를 설명해 주지 않고서는 어떤 맥락에서 무슨 의도로 이런 텍스트가 기술됐는지 독자들이 알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지오디 노래 가사처럼요.

복음서를 읽다 보면 종종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와 같은 문장들을 접하게 됩니다. 예컨대 "사람이 먼저 강한 자를 결박하지 않고는 그 강한 자의 집에 들어가 세간을 강탈하지 못하리니 결박한 후에야 그 집을 강탈하리라"(막 3:27)가 그렇습니다. 이 구절은 "예수는 귀신의 왕에게서 힘을 빌려 다른 귀신들을 내쫓는 자다!"라며 당신을 음해하던 서기관들에게, 주님께서 반박하시던 중 들려주신 말씀입니다. 본문을 살펴보면 이 구절은 23~26절에서 이어진 주장의 결론인 동시에 그 주장을 강화하는 인용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읽으면 이 말은 그저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에 불과해 보입니다. 강한 자의 집에 들어가 세간을 강탈하려면, 당연히 강한 자를 먼저 결박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이 구절이 제2성전기 유대교나 그리스도교의 타 문헌에도 기술돼 있던 내용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정서를 반영한 말씀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조금 더 깊은 차원의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주후 200년 저작된 <열두 족장의 유언>이라는 문헌(이 책의 95~108쪽 참조)은 이 세상이 벨리알(혹은 사탄이나 바알세불)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메시아적 존재가 나타나 그 악한 통치를 종식시키고 벨리알을 '결박'할 것을 예언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이 사탄의 나라에 대한 우주적 투쟁으로 묘사되던 당시 유대교의 묵시적 사상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해당 문헌을 접해 본 사람이라면, 마가복음 3장 27절에 언급된 '강한 자'는 메시아가 패퇴시킬 바알세불(이 이름의 뜻이 '큰 집의 주인'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을 가리키며, 그를 결박하고 집을 강탈한다는 표현은 메시아가 이 세력을 축출하고 세상을 죄악으로부터 구원해 낼 것이라는 의미임을 쉽게 간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배경지식-콘텍스트'가 없이도 '본문-텍스트'를 읽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콘텍스트의 도움 없이 텍스트를 온전히 해석해 내는 건, 마치 키 없는 배로 태평양 횡단을 성공할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2성전기 문헌으로 읽는 마가복음>(감은사)은 최초의 복음서일 것으로 추정되는 마가복음을, '제2성전기 유대교'라는 역사적·종교적 배경에서 탄생한 각종 문헌의 도움을 얻어 읽어 내는 책입니다. 여러 학자의 원고들로 구성된 이 책은 마가복음 본문을 순차적으로 따라가면서 단락마다 해당 본문 내용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 동시대 문헌들을 끌어와 비교·대조해 보입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콘텍스트'의 힘을 빌려 '텍스트'를 해석하는 작업인데요. 직접 읽어보면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작업이 우리의 성경 해석을 얼마나 크게 변화시켜 주는지 말이죠.

이 책은 콘텍스트가 텍스트를 '침노해 들어가기에' 가장 이상적인 짜임새로 구성돼 있습니다. 먼저 하나의 단락으로 구분된 마가복음 본문을 간단히 기술한 후, 그 이야기의 역사적·사상적 배경에 대한 선이해가 부족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해석상의 어려움을 이야기합니다. 성경을 진지하게 대하는 모든 독자, 그 중에서도 특히 설교자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죠. 이어서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제2성전기 문헌을 소개하며 복음서와 해당 문헌이 공유하고 있는 신학적 화두를 찬찬히 풀어냅니다. 이 대목에서 마가복음 본문 메시지의 요점이 무엇인지 좀 더 명징하게 깨닫게 되지요. 그리고는 다시 마가복음으로 되돌아가 앞서 획득한 배경지식·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문의 정확한 해석을 시도하고, 추후 살펴봐야 할 '더 읽을거리'까지 제공해 줍니다.

일례로 이 책 제24장은 성전 파괴를 예고하시는 감람산 강화(막 13장)를 다루는데, 수많은 성경 독자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인자'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에녹1서>와 거기 수록된 '에녹의 비유'를 살펴봅니다. 흔히 이 단어를 예수님의 인성을 가리키는 표현이라 착각하지만, 인자란 오히려 하나님으로부터 모든 권세를 위임받는 신적·종말론적 재판관이라는 사실이 이 문헌에 잘 서술돼 있죠. 제2성전기 유대교 문학작품 대부분이 그렇듯, <에녹1서>에도 언약의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 언약이 어떻게 성취될 것인지에 대한 생각과 소망이 담겨 있고, 그 소망은 '인자'라는 독특한 개념에 수렴돼 있습니다.

한데 마가복음은 이미 그 소망이 성취되기 시작했으며, 그것을 온전히 이루실 분이 바로 "인자이신 예수"(막 13:26)라고 선언하죠. 이렇듯 외경과 위경을 비롯한 제2성전기 문헌을 통하지 않고서는 마가복음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자장면이 싫다고 말씀하신 어머님'의 배후에 존재하는 그 미묘한 정서와 문화적 맥락에 대한 지식이 없이는, 지오디의 노래에 담긴 행간을 이해하고 오롯이 음미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제2성전기 문헌들과 마가복음 사이의 유사성이나 연관성만 짚어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여러 문헌과 동일한 신학적 개념·화두를 공유하지만, 동시에 그 문서들이 희구해 온 언약의 성취가 '나사렛 예수'에게서 이루어졌음을 알리는 책, 당대의 유대 문학작품들이 기대해 마지않던 메시아가 바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임을 선포하는 책인 마가복음의 '독자성'과 '종결성'까지 입증하죠. 제2성전기 문헌들이 원인 내지 과정이라면 복음서는 그 결론입니다. 신구약 중간기를 배경으로 둔 많은 저작이 '종말론적 희망'이라는 주제를 암시하는 티저 영상들이었다면, 마침내 도래한 하나님의 아들 예수에 관한 복된 이야기는 그 본편에 해당하는 걸작품임을 이 책은 알려 줍니다.



3. 자장면 너머에 있던 어머님의 사랑


상기했듯 마가복음은 그저 수많은 제2성전기 문헌 중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복음은 1세기를 살아가던 유대인 대다수의 시대정신이자 그들 정서 깊숙이 내재돼 있던 '기다림'이 드디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종결됐다는 놀라운 소식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구원을 간절히 바라던 제2성전기 모든 종교적 문서들의 '피날레(Finale)'가 바로 마가복음입니다. 구속과 신원의 날을 '향해' 불렀던 노래가 <공동체 규율>·<에녹1서>·<에스라4서> 등이었다면, 마가복음은 구속과 신원의 날을 '누리며' 부르는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제 풀이 과정이 생략된 채 제출된 답안은 설령 그게 맞다고 해도 온전한 점수를 받지 못하듯, 마가복음을 통해 예수의 복음을 만나면서도 정작 주님의 오심을 학수고대하던 제2성전기 유대 사람들 이야기에 무관심하다면, 우린 결국 주님이 주신 말씀의 깊이를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시공간적 배경의 차이를 간과한 채 그저 실존적 해석과 적용 차원에만 머무는 성경 읽기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그 어떤 텍스트라도, 콘텍스트를 벗어나서는 오독의 가능성을 떨쳐 버릴 수 없으니까요.

이 책을 읽을수록, 인지 환경과 문화적 맥락에 관한 고찰 없이 성경에 접근하는 무모한 행동을 당연하게 여겼던 제 무지한 과거가 더 부끄러워집니다.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설교랍시고 스스로의 어설픈 확신에 기대어 틀린 이야기를 지껄였던 순간들을 회상하면 쥐구멍에라도 싶어집니다. 제가 범했던 잘못을 다른 분들은 답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제2성전기 문헌들을 읽고 살피는 작업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정직하고 성실한 태도로 성경을 대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죠.

자장면이 싫다던 어머님의 말씀 이면에는, 사실 자장면을 누구보다 좋아하던 한 '나이 든 소녀의 초상'이 자리하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식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아이의 작은 마음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겠죠. 어쩌면 마가복음에 수록된 많은 일화, 주님의 말씀들도 이와 같을 겁니다. 제2성전기 여러 문헌의 안내를 따라 그동안 우리가 접해 온 상투적인 해석들 너머로 나아갈 때, 복음서는 더 깊고 새로운 깨달음을 넌지시 '드러내 보여 줄(ἀποκάλυψις)'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계시(ἀποκάλυψις)의 시원始原이자, 마가 혹은 마가 공동체의 지평(horizon)으로 나아가기 위한 좋은 내비게이션입니다. 이 책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더욱 온전한 복음 이해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곤 마침내 이와 비슷한 감탄을 토해 내게 되겠죠.

'아아, 자장면을 싫어한다는 말씀은, 나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어머님의 절절한 고백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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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성전기 문헌으로 읽는 마가복음 제2성전기 문헌으로 읽는 성경
벤 C. 블랙웰.존 K. 굿리치.제이슨 매스턴 지음, 김태훈 옮김 / 감은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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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성경을 진지하게 읽고자 하는 독자라면, 본문의 배경이 되는 제2성전기에 대한 지식을 결코 등한시해선 안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복음서를 더 깊이 읽고자 하는 신실한 성도들에게 큰 도움과 더 지혜로운 관점을 제공해줄 것입니다. 난이도도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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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 있는 바울
크리스터 스텐달 지음, 김선용.이영욱 옮김 / 감은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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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신학을 진지하게 들여다 볼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피해가선 안 될 신학자, 스텐달. 그리고 그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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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읽기는 예술이다
리처드 헤이스.엘렌 데이비스 엮음, 박규태 옮김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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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목회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 목회자가 아닌 일반 교인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고 어려울 수 있으나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읽으면 웬만한 목사 전도사는 쌈 싸먹을 수 있을 지식 정도는 충분히 얻어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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