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쓰는 법을 읽고 익힌 서평 쓰는 법으로 쓴 서평

서평 쓰는 법 - 독서의 완성 ㅣ 땅콩문고
이원석 지음 / 유유 / 2016년 12월

서평 : 『서평 쓰는 법(독서의 완성)』, 이원석 저, 유유출판사.

1. 서평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책을 읽는 데는 다양한 목적이 존재합니다. 어떤 이는 지적인 만족감을 누리기 위해, 어떤 이는 연구나 당면한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또 어떤 이는 단순히 지식을 늘려 그것을 타인들에게 자랑하고 내세우기 위해 독서를 하곤 합니다. 물론 본서에서도 지적하는 바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꼭 나쁜 동기는 아니겠죠. 그 어떤 목적을 가지고 손에 잡았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책의 내용을 얼마나 제대로 소화해냈는지의 여부일 것입니다. 본서의 저자는 바로 그것을 위해 '서평'을 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고요. 본서의 부제인 '독서의 완성'이란 곧 서평이며, 서평을 통해 비로소 독자는 책과의 소통에 정점을 찍게 된다는 것, 그러므로 건전한 서평이 이 사회에 많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본서는 출발합니다.

사실 책을 읽을 때마다 일일이 서평을 쓰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장르 자체가 서평을 쓰기에 힘든 책도 있지요. 단일 저자에 의해 쓰여진 단일 주제의 책들만 접해 온 독자의 경우, 다양한 저자들의 공동작업으로 만들어진 옴니버스 형식의 글모음을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이 처음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 어떤 책이든지, 단지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덮는 게 독서의 마침이 아니며, 결국 책의 내용 이면에 존재하는 저자의 사유와 부딪히고 논쟁하고 심지어 싸우는 단계를 체험하는 과정을 경험해야 한다고, 그 때 비로소 독서는 완성된다고 본서의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 '부딪히고 논쟁하고 싸우는' 저자-독자 사이의 갈등과 화해의 결과물이 또한 '서평'이라는 것이죠. 저자에 의하면 정말 책을 사랑하는 독자는, 서평을 통해 책이 가진 한계와 부딪히고 또 그 지평을 넓히는 일을 수행해야만 합니다. 저자가 기대하는 바는 그런 지난하고도 치열한 독서의 과정과 완성을 체험한 독자들이 많이 등장하고 또 그만큼 많은 서평들이 쓰여지는 것, 그 결과 사회 전체의 수준이 향상되는 것입니다. 사회 전체의 수준이 높아지면 결국 출간되는 책들과 독서의 질도 함께 높아지는, 지속적인 선순환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지요.

본서는 이러한 '독서의 완성'인 서평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서평을 서평답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서평의 본질은 독자로 하여금 책을 완전히 소화하고 나아가 잠재독자들을 설득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서평은 단지 책의 내용에 대한 느낀 점이나 감정적 소회들을 정리하는 독후감과는 구별됩니다. 서평은 독자 개인의 독서 완성을 목적한다는 점에서 사적이지만, 잠재 독자들의 설득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적이기도 한 글인 것이죠. 그래서 적절한 내용 요약과 더불어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읽도록(혹은 읽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 탄탄함 역시 갖춰야 합니다. 책을 완전히 소화함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키고, 다른 이들에게도 그 확장된 세계를 소개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바로 서평의 본질이며 우리가 서평을 쓰는 이유인 셈인 것이지요.

2.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가?

1) 서평의 전제

좋은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올바른 독서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글은 '이해한 만큼' 쓰여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책을 얼마나 이해했는가에 따라, 우리의 서평은 풍성해질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자는 먼저 책을 진지하게, 또한 무엇보다 치열하게 읽을 것을 주문합니다. '잘 읽어야', '잘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책을 어떻게 읽는 것이, '잘' 읽는 걸까요?

먼저는 독서의 본질에 대해 되짚어 봐야 합니다. 독서는 단순히 지적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책의 저자가 지면을 통해 제공하는 정보 이면에는, 저자가 가진 관점이나 목적이 탄탄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 진지하게 책을 읽는다면, 이러한 저자의 세계와 우리 자신의 세계가 맞부딪치는 경험을 피할 수 없습니다. "독서는 책의 이야기에 독자의 이야기가 맞대응하는 것으로, 책의 이야기와 독자의 이야기가 만나 하나의 고유한 이야기를 형성하는 것(32)"이죠. 결국 독서란 우리 자신의 세계를 침노해 들어오는 저자의 세계관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때로는 투쟁하는 행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독자들은 양가적 태도로 책을 마주해야 합니다. 책의 이면에 도사리는(?) 저자의 의도와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독서를 통한 저자와의 대화 가운데 자신의 세계를 때로는 수정하고 때로는 파괴하며 갱신해 가는 것, 책을 통해 저자와 동맹을 맺기도 하고 때로는 전쟁을 치르기도 하는 것, 이것이 바른 독서법이자 좋은 서평을 쓰기 위한 가장 중요한 포석인 것입니다.

2) 서평의 요소

독자는 저자와의 소통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저자의 주장 내지는 전달하는 바를 명료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장르의 책이든 간에 그 내용을 간명하게 요약할 수 없다면 책을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더구나 스스로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잠재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러나 그저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만으로는 서평이라 할 수 없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책에 대한 '평가'입니다. "서평은 책에 대한 평가를 내포하기에 깊은 독서를 통한 독자 자신의 해석과 이에 기인한 성찰을 담습니다(95)." 이 책이 얼마나 강력한 망치가 되어 깊은 잠에 빠져있던 나의 나태한 지성을 후려쳤는지, 아니면 형편없는 지식들의 나열이나 무가치한 말장난에 불과했는지 날카롭게 해부하고 파헤쳐서 결국 책 자체를 재생산하는 비판적 작업이야말로 서평의 백미인 것입니다. 특히나 서평은 저자-독자 사이에 일어나는 소통의 과정 그 어딘가에서, 양자가 서 있는 상이한 '정황'으로 인해 책의 내용을 더욱 더 '객관화'시킵니다. 본서의 저자는 이를 가리켜 '(공시적이고 통시적인) 맥락'을 바로 잡아 위치시키는 것이라 표현하고 있지요(100). 서평은 그것을 기술하는 독자에 의해 책을 특정한 시공간적 혹은 사상적 지형 위에 세워주고, 책은 서평이 구체화시킨 맥락을 통해 잠재 독자들을 향해 접근해 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독자와 책(나아가 저자) 모두를 부요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맥락 속에서 자리하는 요약과 평가의 논리적 결정체, 서평입니다.

3) 서평의 방법

이렇게나 유익한 서평은,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요? 다시 말해 좋은 서평을 작성하는 노하우는 무엇일까요? 본서의 저자는 서평 작성의 방법론에 대해 특별한 주장을 던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독서와 글쓰기의 기본을 강조합니다. 정독하고, 생각하며, 필요한 경우 그 때 그 때 메모할 것, 그렇게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의 줄기를 잡고, 무엇보다 '일단 쓸 것'. 처음부터 좋은 서평을 목적으로 하지 말고, 욕심과 허세와 어깨에 들어간 힘을 뺀 후 찬찬히, 다른 좋은 서평들을 참고해 가며, 무엇보다 정직하게 글을 써내려 갈 것을 저자는 주문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는 그렇게 쓰여진 글을 찬찬히 되짚어 보며, 동시에 책의 내용을 되새김질하며 글을 탈고하라고 합니다. 그런 가운데 서평은 독서의 기억과 더불어 서서히 다듬어질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의식 이면에 자리하던 모호한 느낌과 판단이 하나의 일관된 틀 속으로 짜여 들어가 언어화되는 것(150)"을 우리는 체험하게 될 것이며, 책이 그러한 것처럼, 서평 역시도 "초고를 계속 퇴고하는 가운데, 모든 것이 갈수록 더 향상(160)"됨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책을 '잡아서 읽고(톨레 레게!)', 나아가 '서평을 쓰는' 일입니다.

3. 2017년 첫 서평을 갈무리하며

본서를 두어 번 읽으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사실 제가 서평이랍시고 써온 대다수의 글들은 그저 독후감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감상평이거나, 혹은 거칠게 뽑아낸 내용의 요약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독서가 곧 세계 간의 충돌이자 소통이며, 독자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세계가 재설정되고 갱신되는 일련의 고통스런 과정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했기에, 제게는 무엇보다 깊고 온전한 독서의 경지에 이르기를 갈망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좋은 독자가 된다는 것은, 좋은 서평을 남기게 될 때 비로소 이룰 수 있는 경지겠죠. 그런 욕심을 가지고 올해 첫 번째 책으로 본서를 집어들었던 것입니다.

이원석 작가의 글은 명료함과 치밀함이 동시에 갖춰진 탁월함을 보여줍니다. 좋은 저자인 동시에 좋은 서평가이기도 한 그가 서평에 대해 쓴 책이기 때문에 본서는 더욱 날카롭고도 따스한 글이었습니다. 좋은 독자가 되고 싶은 욕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제목은 '서평 쓰는 법'이지만, 일단 본서를 손에 잡아 들게 되면 단순히 서평 쓰는 요령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것이며. 저도 그랬던 것처럼 독서 자체를 더욱 진지한 태도로 임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평을 쓰는 이 일에 동참하게 될 것입니다.

독서하는 사람, 책을 읽고 스스로 사유하며 그 사유의 지평을 확장시켜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사회는 발전합니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민중을 폭압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그들에게서 책을 빼앗는 일이었습니다. 분서갱유처럼 말이죠. 그러므로 독서하고, 나아가 서평을 쓰는 일은 지식과 권력을 독과점하여 대다수의 인간들을 무지함에 빠뜨려 복종시키고자 하는 자들에게 맞서는 적극적 저항인 동시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즉 "서평 쓰기는 단순한 개인적 도락을 넘어서서 강력한 정치적 행위로 이어지는(168)" 것이죠.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우리가 쓰는 오늘의 서평에 우리가 사는 사회의 내일이 달려 있습니다(169)." 이 작은 책을 통해, 저는 바로 그 내일을 향한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딛는 용기를 얻습니다. 그리고 『서평 쓰는 법』을 통해 익힌 서평 쓰는 법으로 쓰는 이 서평(응?)을 읽는 모두가, 저처럼 그 작지만 큰 한 걸음-'서평 쓰기'라는–을 함께 내딛는 올 한 해가 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