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원 - 제2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37
김지현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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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살던 마당이 있는 집, 그곳에는 채송화며 봉선화며 꽃들이 어울려 피어나곤 했다. 대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작은 정원이 딸린 집에서 살았는데 아침이면 새가 우는 소리에 잠을 깨고 바람을 따라 코를 간질이는 라일락 꽃 향기를 맡으며 잠이 들곤 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마당도 정원도 딸리지 않는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회색 건물이다. 이제는 아침이면 공사 소음 소리에 잠을 깨고 창 너머로는 무인 타워 크레인이 그 길다란 팔을 뻗치고 있다. 회색이 삼킨 도시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 속에 갇힌 채 살아간다. 어쩌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미소를 띤 채 인사를 주고받지만 이내 각자의 공간으로 사람들은 사라진다. 선을 그어 적정한 거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어쩌면 타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면서.

 

주인공 정원은 관계에 서툴고 외로운 아이이다. 회색 빌딩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에 갇힌 채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소설 속에서 정원과 혜수는 말 못할 고민과 불안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아이돌 덕후로서 느끼는 감정, 친구들 관계에서 느끼는 외로움, 자아 정체성, 시험과 성적 등 청소년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과 감정을 소설은 사실적으로 잘 담아낸다. 아이들은 각자의 고민과 불안을 안은 채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섞일 듯 섞이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서로 다른 세상에 속해 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타인이란 각각의 점을 이어 하나의 선으로 이으려는 끊임없는 시도를 한다. 내가 속한 세계는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이 현실 공간이든 온라인 공간이든 그것은 무의미하다. 그 안에서 우리는 타인의 또 다른 진실을 만나기도 하고, 현실 공간과 온라인 공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져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그 공간은 하나의 완전한 세상으로 완성된다.

 

이 소설은 정원이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꿈꾸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관계 맺기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가진 회색톤 고민과 불안은 어느새 초록빛 희망으로 서서히 물들어간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꽃 한 송이조차 피어나기 어려울 만큼 삭막한 회색 도시에서도 어릴 적 온갖 꽃들이 피어있던 꽃밭, 정원을 그리워하는 이유이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마음속의 정원! 시원한 바람, 따사로운 햇살, 뿌리를 잘 내리고 자랄 만큼의 적당한 비를 머금고 피어난 온갖 꽃들로 가득한 ‘우리의 정원(庭園)’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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