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또 다른 시간을 기다리며, 함께

함께
루크 아담 호커 지음, 김지연 옮김 / 반출판사 / 2021년 5월

새로운 시간들을 살아가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본다. 끊임없이 움직이던 삶이 정지해버린 듯한 느낌.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두려움. 소중한 사람들과 떨어져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고립감.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폭풍우로 인해 바뀌어버린 세상과 그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 노인의 시선을 통해 그려낸다. 펜 일러스트로 표현되는 무채색 톤의 섬세한 장면들이 변해버린 세상과 그 속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더 극대화한다. 영원히 멈출 것 같지 않은 비가 계속 되자 공포와 두려움이 온 세상을 집어삼킨다. 사람들은 몸을 숨기고 서로에게서 멀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에 떨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용기를 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한다.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소개되지만 어른들이 함께 읽어도 좋을 만큼 내용도 그림도 감동적이다. 그림 하나하나 세밀하고 정교한 묘사가 인상적인데, 한 가지 색의 잉크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다양한 명암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일러스트 전시회에 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글과 그림의 적절한 간격 배치를 통해 여백의 미 또한 잘 살리고 있다. 글은 길지 않은 호흡으로 읽기에도 딱 좋을 만큼 간결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간결한 문장 안에 삶의 철학과 성찰을 담아낸다.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이 닥쳤을 때 우리는 그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그 시간들을 버티게 하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코로나 펜데믹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로 다가온다.  

오늘에 갇힌 채 바쁘게 살아가느라고 놓쳐버린 순간들.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들이었는지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변해버린 세상이 가져다준 생각의 씨앗이 싹을 틔워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다가올 또 다른 시간을 우리는 희망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가늘고 세밀한 펜이 만들어내는 삶의 묵직한 깨달음, 그 따뜻한 위로를 만나고 싶다면 <함께>해도 좋을 책이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KMpJeo7Co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