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백설 공주 The 그림책 1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김시아 옮김 / 한솔수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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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도 펼쳐지는 누드 사철 제본에 96쪽 분량. 크기도 엄청 크다. 조심스럽게 보길 바란다.


평범한 백설 공주 이야기가 아닌 재해석한 《아듀, 백설 공주》. ‘아듀’는 ‘신에게로’라는 말이다. 영원한 작별 인사를 할 때 ‘아듀’라는 말을 쓴다. 슬픈 말이지만 우리에게 질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무엇과 작별해야 하는 걸까?


《아듀, 백설 공주》는 2021년에 처음 발매되었지만, 한국에서는 3년 뒤인 2024년에 나왔다. 작가랑 출판사가 정말 많은 고민과 용기를 가지고 발매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본인을 위해 그린 그림이고, 많은 시간을 투자한 책이라고 한다. 어떤 그림일지 너무 궁금해졌다.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베아트리체 알레마냐가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이야기.


기존 백설 공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왕비의 고통, 질투, 복수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사형을 집행한 사람인지 기존의 선과 악의 이중분법에서 사고하게 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해피엔딩에 휩싸여 왕비의 죽음을 간과하는 것이 아닌, 결혼식에 초대된 손님들 앞에서 왕비가 산 채로 화형을 당하는 장면에 주목한다는 뜻이다. 그럼 백설 공주와 왕비 중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사형을 집행한 사람인지?


작가는 바니타스(Vanitas)와 같은 유럽 민중예술에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백설 공주의 예쁜 아름다움이나 왕비의 화려함이 아닌 왕비가 느낀 감정들이 보이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어두운 톤을 사용했으며, 암울하고 공포스러움을 자아낸다.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 중 사진을 삽입하여 사실처럼 나타냈다. 김시아 번역가의 말처럼 그로테스크(대칭 파괴, 비율 왜곡, 어둡고 섬뜩한 배경 등)하게 그려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림만 보았을 땐 해석하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알찬 해설이 조목조목 따지고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백설 공주와 왕비의 대립, 여성들의 위치와 욕망 등을 볼 수 있으며, 백설 공주 이야기에 새로운 시선과 함께 미술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작품을 덮을 때쯤 현대 여성들이 작품에 제기하는 여성성에 관한 질문이 가장 큰 공감을 될 것이다. 백설 공주의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모습과 왕비의 능동적인 욕망 추구, 그 둘 사이에서 우리 여성은 어디 위치하는지에 대한 반문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림책에도 예술의 새로운 시각을 담아 선과 악의 이중성을 넘어 인간 본성, 욕망에 대한 심오한 사유를 보여 우리에게 강력하게 전한다. 종이 한 장 두 장을 넘기면서 그림과 함께 여러 생각들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인간 본성에 대한 미묘한 질문을 던지며, 작품을 통해 새로운 시선을 얻게 되는 작품이었다.




https://blog.naver.com/honeybeebin/223370389276

※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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