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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ㅣ 창비아동문고 280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5년 6월
평점 :
창비 출판사의 “푸른 사자 와니니”를 읽어보았어요. 사실 이 책은 몇 년간 우리 반 친구들이 읽는 모습을 자주 본 책이에요. 언제 나온 책인가 확인해봤더니 2015년에 초판이 발행됐네요. 그리고 2025년 8월 20일 기준으로, 112쇄나 발행됐어요. 그만큼 아이들이 많이 보고 좋아하는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야 읽어본다니 아이들에게 좀 미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그리고 ‘작가의 말’까지 하면 215쪽이나 되는 장편 동화의 어떤 점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한편으로는 즐거운 궁금함과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어요.
이 책의 주인공은 암사자 와니니예요. 와니니는 강한 우두머리 암사자인 마디바의 무리에 속해 있죠. 그리고 와니니는 마디바를 동경의 대상으로 여기고 마디바의 사자인 자신을 자랑스러워해요. 유난히 눈과 귀가 밝고 냄새도 잘 맡으며 말싸움에도 자신 있는 와니니이지만, 덩치도 작고 힘이 약해서 사냥꾼이 되어야 하는 암사자로서는 인정받지 못하죠. 책 속에서 훌륭한 암사자의 요소로 여겨지는 자질들은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자신만의 특별한 점을 가지고 있는 와니니의 모습을 보면서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속 생쥐 프레드릭이 생각났어요. 자신이 지닌 특별한 점으로 생쥐 공동체에 기쁨을 가져다주는 프레드릭처럼, 와니니도 자신만의 특별함으로 언젠가 사자 공동체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감각이 발달한 와니니는 깊은 밤 마디바의 영토에 두 마리의 수사자가 침입했다는 것을 알아채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어린 암사자인 말라이카가 크게 다치게 돼요. 와니니는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쫓겨나게 되고, 그 벌은 ‘사자에게 있어 가장 무거운 벌’인 혼자가 되는 벌이지요. 무리를 떠나 혼자 생활하면서 와니니는 나름대로 살아가는 요령을 길러가요. 그것도 힘에 부칠 즈음, 마디바의 영토에 침입했던 어린 사자 잠보와 어른 사자 아센테를 만나 서로 협력하며 함께 살게 되지요. 이 지점에서는 얼마 전 다시 본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어린 사자인 심바가 생각났어요. 어린 시절에 무리를 떠났지만, 좋은 친구들을 만나 죽지 않고 성장하게 되지요.
셋이서 힘을 합쳐 생활하던 ‘와니니들’은 사냥감을 좇다가 마디바의 영토로 들어가게 되고, 거기에서 오래전 헤어졌던 말라이카를 만나요. 그리고 말라이카도 와니니와 같은 밤, 피 냄새 때문에 적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쫓겨났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와니니와 친구들은 말라이카를 ‘와니니들’에 받아주며 함께 생활하게 돼요. 그리고 새들과 코끼리들이 이야기하는 ‘언제나 비구름이 머무는 초원’을 찾아 떠나지요. 와니니들은 과연 꿈의 초원을 찾았을까요?
책 속에서 ‘와니니들’로 불리던 작은 무리는 구성원 중 하나인 아산테에 의해 처음으로 ‘와니니 무리’로 지칭돼요. 그 말을 들은 와니니는 약하고 부족하지만 서로 도우며 함께하는 것이 무리 지어 사는 이유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원래 속해 있던 무리 가운데 마디바로부터 ‘쓸모없는 아이’로 여겨지던 와니니는 힘든 시간을 거치면서 작고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켜주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어요. 그리고 동경해 마지않던 마디바의 사자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새로운 무리의 왕이 되지요.
이 책을 읽으며 모든 아이들이 와니니처럼 자신을 둘러싼 것들과 연대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가길, 그리고 그 가치를 실천하는 또 다른 공동체를 일구어나가길 바라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어요. 삶은 어려움으로 가득하고 그걸 헤쳐 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충분히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알아가기를요. 어린 사자로부터 저도 용기를 얻어 이 마음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이 책과 함께 받은 이현 작가님의 편지 구절처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가장 건강한 숨을 쉬는 곳’인 책을 읽는 교실을 만들어가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