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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맛 : 아무렇지 않을 준비가 되었어 ㅣ 띵 시리즈 11
룬아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9월
평점 :
아침에 눈을 뜨면 한시도 지체할틈도 없이 아이들 아침을 준비해서 먹이고, 학교 보내고, 유치원 등원시키고 나면 설거지, 청소, 빨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혼자 조용히 커피 한잔을 마시다보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현타의 시간이 온다. 늘 바쁘게 살다가 생각하지도 못한 전업주부가 되어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내가 너무 어색해서 영 익숙해지지가 않는 현실. 나만그런가? 서글픔? 외로움? 뭐라 정의할 수 없는 이 기분.
책세상맘수다카페에서 '아무렇지 않을 준비가 되었어' 블로그서평단 모집글을 보고 용기의 맛이라는 부제에 확 끌려서 신청해서 받을수 있었다.
용기의 맛
아무렇지 않을 준비가 되었어
나 정말 아무렇지 않을 준비가 되었나?
차례만 훑어봤는데 마음이 울컥 함이 느껴진다.
어렸을적 딱히 큰병을 앓은적도 잔병치레로 병원을 자주 찾은적도 없었지만 커갈수록 병원가는날이 많아지더니 요즘은 별별(갑상선 항진증, 알레르기비염) 잔병으로 이젠 아예 자주가는 단골 병원까지 생겨서 그런지 알레르기천식을 앓았다는 작가가 왠지 남같지가 않았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 자체가 용기투성이 라는 글 한줄이 이렇게 가슴을 울릴줄이야.
사춘기 이후부터 누군가 소원이나 바라는 삶을 물어서 한결같이 답한건 그저 그냥 평범한 삶이였다.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인데 살아내는것도 이리 힘이 들어가는걸 보면 정말 용기투성이 삶인가보다.
어릴때부터 자립심이 강했던 나는 부모님의 도움은 애초부터 바라지도 않고,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해서 첫출산때도 출산후 병실에 누워서 신랑이 양가 어른들께 출산소식을 알렸다. 친정엄마는 함께 있어주지 못하게 되어 서운해 하셨지만, 나로썬 최선의 선택이라고 자부했다. 진통을 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마음이 컸기때문이다.
작가님과 남편의 관계가 나와 내 남편의 관계가 비슷하다. 난 성격이 급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만 눈치가 빠르편이다. 그에 반해 신랑은 느긋한 성격에 꼼꼼하고 차분한 의외의 AB형 남자. 과묵함에 반했는데..요즘..
서로 정반대의 성격이라 그런지 더 끌리고 서로 맞춰줄 수 있는것 같다.
작고 짧은 에세이 책을 보면서 이렇게 울컥울컥하고 많이 울기는 처음이다. 코를 풀고 눈물을 닦는 나를 보던 신랑은 무슨 사연있는 여자같다며 할 정도였다.
사실 나는 너무 아무 문제없이 임신하고, 10달 입덧하느라 고생은 했지만, 예정일에 순산해서 걸어서 병실로 갔다. 아이도 너무 건강해서 하루가다르게 커가서 호수와 같은 상황을 겪어본적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이 되어서 마지막장을 덮으며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나라면 과연 호수의 엄마처럼 그렇게 담대하게 힘겨운 시간을 이겨낼수 있을까? 물론 닥치면 현실을 살아가겠지만, 정말 자신없는 힘겨운 시간일것 같아서 아마도 눈물이 앞섰던 것 같다.
세미콜론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