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하루 - <만약은 없다> 두번째 이야기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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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없이 일어나는 응급 상황 중에서 같은 것은 없다 나는 늘 급변하는 상황에서 무한대에 가까운 다른 대처를 해야 한다. 이 미묘한 선택의 조합은 의학적으로 최선일 수 있지만, 어느 때는 환자가 죽고 어느 때에는 살아난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증명된 바 없는 영역에서 드러나는 선택의 차이는 인간의 영역에 속한 것이 아니다. 보통 이 문제에서 최선을 다한 인간에겐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하지만 최선은 정답이 아니다. 그래서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을지라도, 양심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질문이 발생한다. 병원 환경, 축적된 의학 지식의 정도, 실시간으로 변해가는 환자의 상태와 수많은 생체 징후, 이에 따른 사소하고도 사소한 우연, 그 가운데 내가 붙들고 있는 신념이 온통 머릿속에서 사투를 벌인다. 아무리 이 모든 일을 되돌려 복기해봐도, 사람이 사람의 복숨을 책임진다는 일, 그리고 사망을 직접 선고한다는 일은 한없이 엉키는 실타래와도 같아 풀리지 않는다. 집요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자신이 입을 열어 세상을 떠나보낸 사람에게 떳떳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것은 거듭할수록 불행에만 가까워지는 일에 다름아니다. 나는 생각한다. ‘만약‘은 없다. ‘만약‘이 없을 수 있게, 도저히 생각조차 나지 않아 내가 내뱉을 말에 어떠한 가책도 느끼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일이다.(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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