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할머니. 할머니는 내가 아픈 걸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본다. 말 무덤에 묻어야 할 말을,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으며 사는건 아닌지...
- 그냥 걸었다는 말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고 표현의 온도는 자못 따듯하다. 그 말 속에는 ˝안 본 지 오래됐구나. 이번 주말에 집에 들러주렴˝ ˝보고 싶구나. 사랑한다˝ 같은 뜻이 오롯이 녹아 있기 마련이다.
- ˝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자식이 세상 풍파를 겪을수록 빗줄기는 굵어지고 축축한 옷은 납처럼 무거워진다. 그러는 사이 부모는 우산 밖으로 밀려난다. 조금씩 조금씩, 어쩔 수 없이.
- ˝서른넷에 빈털터리가 되고 술과 마약에 취해 죽는 게 성공이라고 할 수 없지. 안그래?˝
유명 재즈 연주자인 찰리 파커의 삶을 빗대, 드럼 연주자가 되겠다는 아들의 꿈을 에둘러 평가 절하한 것이다. 그러자 앤드류가 눈을 부릅뜨고 대든다.
˝전 서른넷에 죽더라도 사람들이 두고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될 겁니다.˝
- 그래, 어떤 사랑은 한 발짝 뒤에서 상대를 염려한다.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
- 극지에 사는 이누이트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 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의 감정이 스르륵 가라앉을 때까지.
그리고 충분히 멀리 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 온다. 미움, 원망, 서러움으로 얽히고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것이다.
- 행여 여행길에서 하염없이 방황하고 있다 해도 낙담할 이유가 없다. 방황이 끝날 무렵 새로운 목적지를 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훗날 그 방황은 꽤 소중한 여행으로 기억될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