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재미있게 읽었다
고래, 천명관
이 소설은 흥미진진하다. 일단 소설이 재미있기 때문에 장편 소설도 끝까지 읽게 된다. 작가는 풍성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는 정식 문학 수업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나중에 소설로 고래를 발표한다.
2004년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고 20년이 지난 2023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최종 선정된다. 많은 평론가는 그의 소설을 전무후무한 작품으로 칭찬하고 있다.
능수능란하게 신화와 역사,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그의 스타일을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한다. 그를 한국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라고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소설이 현실을 포착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리고 질문한다. 현실이 이미 거대한 허구가 된 마당에 그 허구의 허구를 보태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서사는 멈춰 섰고 시간은 흩어졌다. 새로운 것은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니다. 숙주를 찾아 헤매는 에일리언처럼 작가의 영혼은 아득한 우주공간을 떠돈다. 그리고 다시 증식을 꿈꾸며 유일한 숙주로 남은 자신의 육체마저 먹어 치운다. 그들은 끝내 살아남기 위해 죽기를 각오한 전장의 장수처럼 비장하다. 이 시대에 소설가가 된다는 건 행복한 일일까, 아니면 불행한 일일까?
나의 몸속엔 할머니의 유전자가 남아 흐른다. 생명은 결국 그렇게 이어지는 법이다. 나의 육체 안엔 지난 세기 위대했던 작가들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이야기 또한 그렇게 시간을 가로지르며 생명을 연장해 간다. 소설을 쓴다는 건 지난 시대의 작가들과 다시 만나는 일이다. 그들은 묻고 나는 대답한다. 문답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작가는 그렇게 현재성의 압박을 견디며, 마치 커트 보네커트의 주인공처럼, 여러 시간대를 동시에 살아간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그렇다.”
이 소설을 ‘특별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소설에 대해 우리가 가져온 기존의 상식을 보기 좋게 훌쩍 비켜서는,
놀랄만한 다채로움과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처음엔 낯설음과 기이함, 동시에 상당한 당혹스러움과 저항감을 안겨주며 시작되는 이 소설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뜻밖에 굉장한 흡인력을 발산하면서 결말까지 숨 가쁘게 몰입하게 만든다.
임철우(소설가,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