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마음 - 2022년 제67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정소현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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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스펙트럼

 

2022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여기에는 10명의 소설가의 작품이 실려있다. 그중에 8명이 여성이다. 여기에는 동성애를 주제로 한 작품도 있다. 동성애는 과거부터 있어 왔지만 이제는 큰 이슈가 되는 문제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곤 했다. 영어도 있었지만 우리말도 있었다. 희붐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희붐은 날이 새려고 밝은 기운이 어렴풋이 비쳐오는 모양이다.

 

정소현의 그때 그 마음은 무겁고도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정통 방식의 서술 기법으로 끝까지 밀어붙인 소설이었다. 각각 가족과의 관계에서 큰 상처와 고통을 받은 순정과 혜성은 23년 만에 재회하게 되는데, 그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서로의 상황도 확연하게 다른 처지이다. 하지만 그 다른 처지를 통해서 작가는 각자의 고통의 무게를 재는 데 열중하지 않고, 무게를 분산하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어설픈 위로나 감상적인 설득 없이, 정직하고 담담한 필치와 상황으로 두 사람의 삶을 탐구하면서 종내에는 마음의 힘을 인정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폐허와 무너진 가족의 리얼한 묘사 때문에 그 힘이 더 셌다. 그 위에 서 있는 두 사람을 그리는 작가의 곡진함이 심사위원 모두에게 전해졌다. 마음이 다 한, 마음이 전해진 소설이었다.

 

-이기호(소설가·광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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