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라 그래 (양장)
양희은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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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바깥의 일상을 소중히 하는' 가수 양희은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다. 가제본을 제공 받아 읽어 정식출간된 책의 표지와는 약간 다르지만, 표지의 양희은님의 얼굴 일러스트를 보면 양희은님 특유의 목소리와 톤으로 "그러라 그래"라고 하는 게 귀에 들리는 듯하다. 책에서 직접 언급하시는 것처럼 미디어에 비춰지는 양희은님의 모습은 '목소리가 일단 크고 ,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 그런지 단호하고 깍쟁이 같고 당당한(p233)'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책의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일과 주변인, 일상에 대한 사랑은 그가 생각보다 말랑하고 따듯한 사람임을 알게 해준다. 

 

위에서 '말랑'하다고 표현했지만, 말랑하면서도 단단한 것이 이 책과 저자의 매력이다. 나이가 들면 웬만한 일에 흔들리지 않게 된다고 한다. 요즘 하는 고민 중에 지금보다 더 어른이 되어도 어른답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고민이 있다. 이 책은 서른이 되어도 여전히 흔들리지만 적어도 10대, 20대와는 다르게 세월만큼 버티고 선 느낌이 든다고 한다. 51년 째 같은 일을 하고 계신 일흔의 저자의 말이라면 믿어볼 만 한 것 같다. 더 단단해질 내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꼭 저자처럼 서른이 되기 전 긴 여행을 떠나보겠다고 다짐했다. 나와 같은 이유든, 다른 이유든 나이 드는 것과 세월이 흐르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다. 

 

이렇게 말하면 실례일지 모르겠으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 하고 가슴이 철렁하기도 한 에피소드가 종종 있었다. 살아오신 인생이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져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다이나믹하다. 찢긴 악보를 줍고서 가수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이야기,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이야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와 가감없는 감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기록해두고 싶은 재치있는 문장들도 많았다. 

 

출간 전 가제본을 받아 읽어본 책인만큼 특별한 경험이 되었고, 에세이라는 장르의 매력 또한 알게 되었다. 어느 나이대의 주변인에게 선물해주어도 좋을 부담 없는 에세이다. 짧은 에피소드가 많이 수록되어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어 조금씩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강을 건너기 전에 내 것을 나누고 정리하는 것도 용기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가 보다.(p49)
작은 돌부리엔 걸려 넘어져도 태산에 걸려 넘어지는 법은 없다고, 뭐 엄청 대단한 사람이 우리를 위로한다기보다 진심어린 말과 작은 눈빛이 우리를 일으킨다는 걸 배웠다.(p62)
뉘 집 담장 구석에 미니 라일락이 피어 애잔한 저녁녘에 그리울 게 없는데도 마냥 그리운 향기를 바람결에 흘려보내고 있었다.(p187)
일 바깥의 일상을 소중히 하는 것, 그것이 내 일의 비결이다.(p220)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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