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이정환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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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떠나는 것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 작가가 들려주는 500일의 여행 이야기는 샘이 날 정도로 아름답고 설렌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로서는 여러모로 그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어지는 에세이다.

 

전공의 시절 마음이 못생겨지는 스스로를 깨닫고 장기여행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그를 보면 떠날 수 있을 때 가까운 곳으로라도 더 많이 떠나볼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잠시 일상을 멈추고 탄자니아, 포르투갈, 캐나다, 아이슬란드 등 세계 각지로 떠난 그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또 소중한 여행기와 그때의 감정을 이렇게 책으로 남겨둔 것도 멋진 선택이다. 여러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 그 때의 감정들, 떠나온 곳에 대한 생각이 특정한 순서나 뚜렷한 구분 없이 서술되는데 이것이 이 에세이의 매력이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지' 하며 떠오르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1부의 아프리카 여행기를 가장 설레하며 읽었다. 예전부터 아프리카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열악한 이동수단이나 인프라로 인한 불편함을 생생하게 묘사해주었지만, 곧이어 묘사되는 아프리카의 대자연은 그런 불편함마저도 낭만적으로 만들어준다. 워터홀을 배경으로 야생동물들이 오가는 모습을 연극 같이 표현한 챕터는 아프리카로 떠나보고 싶은 내 마음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 주었다. 또 빅토리아 폭포에서 번지점프를 포기한 이야기도 예상과 달라 재미있었다.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결국은 번지점프를 성공해 아름다운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꼈다' 같은 진부한 이야기일줄 알았으나, 억지로 붙잡고 있지 않고 포기했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상쾌함과 성취감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에피소드다. 물론 이렇게 즐거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도 틈틈히 등장하여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세 번의 여름과 세 번의 겨울이 담긴 여행기이지만 전반적으로 따듯한 느낌이 든다. 아마 이 책을 쓴 작가가 따듯한 사람이기 때문 아닐까. 머나먼 타국에서의 경험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평범한 여행으로 남기기보다, 이를 통해 자신을 포함한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아가 독자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넬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떠나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이 담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과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는 답답한 일상 속에서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할까 말까 할 때는 하지말자. 포기해도 그렇게 큰일은 나지 않는다. - P30

오래, 멀리 나아가려면 덜어내는 것이 먼저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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