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엄마의 수법과 나의 수법은 애초부터 달라서인지 엄마는나에게 끊임없는 채무 정산을 요구한다. 정산에 단지 금전만 포함됐다면 차라리 좋으련만, 대부분은 한도 끝도 없는 정신적 보상이다. 엄마는 빚을 받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 같고 난 빚을 갚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 같다. 한도 끝도 없는, 정산이 불가능한, 내 생명 값이다.
나는 다른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다른 사람이 됐다. 나는 마술 같은 그 말의 힘을 그때도 이해하지 못했고, 지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이것뿐이다. 엄마가 자신이 되고 싶었던 엄마가 내게 되어 주지 못했다는 말을 한 순간, 엄마는처음으로 자신이 되고 싶었던 엄마가 되었다.〈사랑해요>라고 쓴다음 나는 노트북을 닫았다.
평면적인 이야기 안에 유독 사실적으로 두드러지는 인물들이 있었고 그게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읽어보니 이렇게 이질적이네.
각가정의 기본적인 문제들과 더불어 흔히 볼 수 있는 어두운 이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사실, 내가 구상하는 시리즈의 큰 틀에서 이 책은 매우다정한 편이다. 그렇지만 뿌리 깊은 효 사상과 부모가 자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 나라에 대한 이야기들은 세상을 마구 뒤 흔들어 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