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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얘기를 듣고 싶어 ㅣ 다문화사업단 더불어 총서 2
부산외국어대학교 다문화창의인재양성사업단 지음 / 호밀밭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청년, 다문화 세상과 만나다’란 부제를 단 <<네 얘기를 듣고 싶어>>를 읽으며 그들이 들려주는 문화에 귀를 기울인다. 청년 넷은 부산 도시철도를 따라가며 문화의 다양성을 소개하고, 또 다른 넷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젠더나 인종 또는 통일 같은 묵직한 주제를 풀어간다. 저자들은 모두 청년이라 이들의 눈에 비치는 다문화는 어떠할지. 특히 수도권이 아닌 부산이라는 지역이 품고 있는 문화 다양성은 어떤 색깔을 띄고 있을런지. 궁금한 마음으로 읽어 나간다.
부산에 살았던 적이 있던 터라 부산 도시철도 1호선부터 4호선까지 노선도가 머릿속에 그려져 이들이 옮겨가는 발걸음을 따라 함께 가 본다. 도시철도 1호선에서는 남산역 근처 이슬람사원과 부산역 맞은편 차이나타운을 소개하고 있다. 2호선에서는 이민 여성들이 운영하는 카페와 전포동 카페거리를 소개한다. 3호선에서는 사직야구장을 중심으로 프로야구에 대한 부산 시민의 뜨거운 팬심과 ‘마!’, ‘아 주라’, ‘주황색 비닐’ 등 부산에만 있는 야구 문화를 소개한다. 4호선에서는 동래 온천을 소개하고 온천 문화 속에서 일본과의 역사적 관계도 짚어 본다.
부산에 살고 있는 청년이 자신들의 지역과 거리두기를 하며 지역 문화를 다시 바라본다. 익숙한 곳이지만 마치 낯선 땅을 밟은 이방인처럼 말이다. 이런 신선한 시도가 좋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는 데서 그치고 있다. 새롭게 접근하는 눈이 있다면 귀도 열려 있을텐데 인터뷰나 참고 자료가 없어 조사가 허술해 보인다. 무슬림이나 이주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도 않고 그들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그저 지금껏 가져온 견해로 그들은 이럴 것이고 우리는 또 이렇다고만 한다. 이런 접근이 아쉽다.
나머지 청년 넷의 이야기도 들어 본다.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 축제를 이끌어간 이야기, 외국인으로 이 나라에서 공부하며 겪은 이야기, 북한 이탈주민과 함께하며 통일을 생각하는 이야기, 성소수자로 살아가며 들려주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는 주제부터 묵직하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꽤 설득력있게 들린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자신들의 경험이 글 속에 녹아 있어서 그렇다. 문화 다양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편협된 문화 속에서 고민은 깊고 삶은 치열하다. 그럼에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 나아가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화 다양성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타인에게 동정이나 관용을 표현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삶의 가장 깊은 곳까지 우리의 마음을 내려보내는 일이다...귀 기울이지 않아야 하는 말/삶은 어디에도 없다.”(편집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