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읽는 시간 - 관계와 감정이 편해지는 심리학 공부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렇게 무능하다니요. 자신감은 바닥을 치고 있어요."
마음이 힘들어 동료에게 넋두리를 했다. 나보다 한참 어린 그녀는 내게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
"자기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하지 말아요. 모든 게 나 때문이라고만 생각 말구요. 다른 사람 탓도 좀 해도 돼요. 그게 건강한 거라구요."
위로가 되면서 고맙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나 타인의 심리를 '애착'과 '자아존중감'으로 끼어 맞추려고 했다. '저 사람은 분명 불안정애착에 자존감도 낮아.', '난 자존감이 높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무너지다니.' 이 얼마나 빈약하기 짝이없는 심리학 이론인가.

《내 마음을 읽는 시간》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자아존중감'에 대한 새로운 견해였다. "자기에 관한 정보에 주의가 쏠려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울하고 불편한 기분을 자주 느낀다."(214쪽)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오히려 타인을 평가절하할 수 있고, 높은 자존감은 공격성과 깊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216쪽)
이처럼 자존감에 민감한 사람은 오히려 자기 자신에만 몰두하게 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판단하며 비교하게 될 뿐이다.

《내 마음을 읽는 시간》의 두드러진 강점은 실전에 강하다는 거다. 1부에서 내 마음을 읽는 법을 소개하면서 나를 제대로 만나게 해준다. 2부에서는 삶을 탄탄하게 구축하기 위해 나를 바꾸는 마음도구들을 알려준다. 보통 심리학 책이 이론에 머물러 머리는 끄덕이게 하고 마음은 살짝 따뜻하게 해주지만 딱 책을 읽을 때만 유효한 효과였다. 그러나 이 책은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 '마음챙김','자기자비', '조망수용'이라는 아주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한다.

수많은 심리학 이론이 나오지만 잘 읽히는 비법도 있다. 바로 옆에서 다정하게 말하듯 높임말을 써주고, 친절하게 중요한 문장에는 밑줄 쫙 그어준다. 즉석에서 문항에 답해보고 채점 매겨보는 간이 질문지도 여럿 있어 현재 내 상태를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그무엇보다 저자가 쉽게 잘 써줘서 고마웠다.

삶은 복잡하게 엉켜있고 단순하지 않다. 책에서 소개되는 여덟 가지 비법이 내 삶 모든 영역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이것만은 실천해 봤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내게 좀더 자비를 베풀고 내 마음을 챙겨 보고 싶다. 내일 산책을 하며 발걸음과 호흡 속에서 더 편해진 나를 만나고 싶다. 내 중심에서 벗어나 반대편에서 조망할 줄 아는 눈도 갖고 싶다. 그럴 때 내 삶은 더욱 탄탄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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