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 - 꽃 중에 질로 이쁜 꽃은 사람꽃이제
황풍년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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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전라도스러운 촌스러움은 아름답다

 

, , , 멋이 깃들어있는 사람 이야기는 늘 재미있다. 넉넉하고 풍요로움만 줄 것 같아 보이는 '황풍년' 작가가 들려주는 '전라도' 땅의 '촌스러움'은 잘 차려진 남도의 밥상을 대하는 듯 하다. 책을 읽기 전,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전라도와 촌스러움에 대한 편견이다. 어쩌면 책을 읽으면서 이전의 편견이 사라지고 새로운 의미가 산뜻하게 생겨날 수도 있겠다.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에서 '질로존상(최고상)'을 받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지역어를 잘 살렸다는 평가에 더해 그들의 굴곡 많고 질펀한 인생사가 빽빽히 박혀있어 감동을 준다.

 

"할매들의 입말은 어설픈 서울말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맑고 투명한 전라도말의 곳간이었다. 어색하거나 억지스러운 표현이 없고, 말씀의 결이 물 흐르듯 이어져 한번 귀를 대면 쑤욱 빨려 들었다. 탁월한 의성어, 의태어를 구사해 청중이 말씀 속의 현장을 들여다보는 듯했다."(42)

 

전라도말 가운데 '권있다'는 사람에 대한 최고의 칭찬이라고 한다. 아름답고 귀엽다는 외모를 일컫는 뜻 말고도 말과 행동, 마음 씀이 고운 내면의 아름다움도 어우르는 말이란다. 그러니 '권있다'는 말을 어떤 표준어로 대체할 수 있을까?

 

전라도의 맛 또한 빼놓을 수 없겠다. 저자는 <전라도닷컴>이란 월간지 한 꼭지인 '풍년식탐'에 글을 싣기 위해 맛 기행을 떠난다. 저자의 묘사가 어찌나 탁월한지 할머니들이 그 땅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들어내는 음식의 과정이 내 눈앞에서 재현되고, 한상 가득 차려놓은 밥상을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할머니들은 고된 노동 틈틈이 가족을 위해 먹을거리를 만드신다. 분명히 슬로우프드인데 금세 뚝딱뚝딱 만들어내시니, 오랜 세월이 빚어낸 웅숭깊은 맛임에 틀림없다. 바지락 하나로 반지락죽, 반지락회평, 반지락고추볶음, 삶은 반지락, 반지락무나물, 반지락호박나물, 반지락전, 반지락떡국을 금세 만들어내시다니!!

 

내가 살고있는 땅, 경상도에 대해 취재한다더라도 이런 말, , , 멋을 담아낼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굴곡 많고 핍박이 컸던 전라도이기에, 그 땅이 품고 있는 이 모든 이야기가 더 징하게 거시기하게 다가온다. 가장 전라도스러운 것이 제일 촌스러운 것이며, 그것은 최고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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