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 - 21세기 중국은 왜 이 길을 선택했나 동아시아연구소 교양문화 총서 1
권기영 지음,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 푸른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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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자를 소환하다.

 

벚꽃이 따사로운 봄을 알린다. 이맘 때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가요는 '벚꽃엔딩'이란 노래다.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날이면 이 노래가 떠오르고 꼭 듣게되는 자동적인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한 때, 한 시절에 히트한 노래로 끝나지 않고 해마다 봄이 되면 정상에 오르게 되는 영원불변의 봄의 노래가 된 것이다. 의도했든 아니든 이런 문화의 흐름을 읽어낸 가수는 똑똑하다.

 

한 나라 문화의 흐름을 읽어내고, 그 코드를 정확히 집어내는 안목을 이 책, <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에서 만날 수 있다. 부제 '21세기 중국은 왜 이 길을 선택했나'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21세기 중국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마르크스'는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공자'는 중국의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그 둘이 '화해'를 했다는 비유적인 책 제목이 눈길을 끈다.

 

책에서는 유교적 전통으로 대변되는 공자가 '소환'될 수 밖에 없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의 배경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있다. 역사나 문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중국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저자 권기영 교수가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오픈클래스에서 시민강좌로 강연한 것을 묶은 것이기에 발을 들여놓는데 문턱이 높지만은 않다. 어려운 용어는 각주로 자세히 설명해 두었고,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을 흥미롭고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

 

'21세기 문화정체성은 단순히 전통문화의 원형을 유지하고 소비자와 괴리된 문화를 창조·전시하는 방식으로 보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정부 주도의 하향식·주입식 방식으로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제 문화적 전통 역시 대중이 선택하는 여러 상품 중 하나이며, 대중이 그것을 찾으려면 역시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어야 한다(234).'

사회주의 체제 중국이 개혁과 개방의 물살을 타고 전통문화를 불러들일 수 밖에 없었던 데에는 대중의 요구가 있었다. 정부가 어떤 이데올로기를 주입한다고 인위적인 문화가 형성되지는 않는다. 오로지 대중의 필요에 따라 한 시대의 문화는 자발적으로 생겨난다고 할 수 있겠다.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중국 경제보고서'와 같은 넌픽션으로 읽혔다. 책을 다 읽은 후,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에 우뚝 서게 되었고 경제 대국을 이룬 위대한 나라라는 평가만 머릿속에 남았으니 말이다. 소설보다 더 흥미롭게 혹은 다양한 관점으로 중국을 읽고 싶다면 <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를 읽는 것도 좋다. 한 시대의 문화 흐름과 그 코드를 짚어내는 쏠쏠한 재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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