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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한줄평 :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정치적 올바름, 페미니즘, 소수자에 관한 관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만 사서 읽을 것. 소설의 깊이, 완성도, 새로운 생각 등을 기대한다면 사지 말 것.
<책 전체>
페미니즘에 관한 소설이 3편. 소수자에 관한 소설이 2편. 나머지 두 편은 수준 이하.
현대의 젊은 작가는 PC하지 않은 글을 쓰지 못한다고 주장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
페미니즘, 퀴어가 잘 팔린다는 건 안다. 하지만 잘 팔리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문학을 하고 싶다면 적어도 제목이 젊은작가상이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한다.
<음복>
분명 평범한 '시월드' 서사에 중국 막장 드라마의 왕권 암투를 가지고 들어온 것은 흥미로운 시도였다.
그러나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굉장히 명확한 가운데, 소설적 설득을 위해 동원된 설정이 너무 치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남편은 너무 멍청(순수)해서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묘한 일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고, 여자만이 여자를 이해할 수 있다는(이해해줘야 한다는) 포장하려고 노력했지만 포장되지 못한 진영논리.
페미니즘을 설득하려 했던 것 같지만 그려져 있는 세계에서 제사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워 보인다.
남성을 거의 무정적 존재로 그리려는 시도 속에서 가부장제의 무게 또한 사라져버렸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작가의 전작 <신짜오, 신짜오>를 굉장히 의식하며 자기복제를 시도한 듯한 작품이었다.
선생님의 대사에서 더할 나위 없이 날 것으로 표현되는 작가의 주제의식, 어떻게든 페미니즘 문제에 한국의 역사적 아픔을 덧씌워보려고 용산참사를 가지고 들어오는 얄팍함.
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교술장르라고 이름을 붙여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된다.
<그런 생활>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 작가와 같다고 해서 무조건 메타소설이 되고 아방가르드가 되는 게 아니다.
별 의미 없는 자기 '지지고 볶는' 생활을 거의 그대로 써놓은 듯한 이 글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일기장이라고 부르는 게 더 합당해 보인다.
<다른 세계에서도>
문제적이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논문의 주제의식을 그대로 가져와서 소설의 껍데기를 입혀 놓았다.
소설은 그 주제의식을 가지고 간접적으로 고민하는 여성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을 뿐이다.
논문의 주제는 소설 속 상황에서 그저 잘 풀려 있을 뿐, 심화되지도 확장되지도 않는다.
그냥 있어보이게 쓴 <Why?> 같다는 느낌.
<인지공간>
SF를 표방하고 있으나 가장 기초적인 설정에 오류가 너무 커서 어설픈 청소년 소설을 보는 기분이었다.
장기기억이 불가능한 소녀는 연구를 하는 게 불가능하다. 단기기억은 정말정말 짧기 때문이다.
이런 '기억'이라는 요소를 배제하면 소설은 열화판 <바벨의 도서관>일 뿐이다.
이 소설은 그저 정보, 주류사상에 접근하지 못하고 차별 당하고 잊혀지는 소녀의 이야이면서 하나도 맞지 않는 기억과 인지의 이야기, '저 너머'의 이야기나 하고 있다.
<연수>
그럴 듯한 그림을 보여준다.
나름 현대적인 감성에 맞는 성장소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이 <곰돌이 푸여서 다행이야>,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같은 그런 에세이류 베스트셀러와 다를 게 뭔가?
소설이라는 구조를 통해 어떤 의미와 진실에 닿는 지점은 전혀 없다. 다만 필력이 좋아서 읽는 맛은 좋다.
<우리의 환대>
이 작품집의 표제작은 차라리 이 작품이어야 했다.
소설적 거리 조절, 줄타기에 성공한 작품이고 그로 인해 유발되는 긴장이 좋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작가의 등단작에 퀴어라는 테마를 덧씌웠다는 느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