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키워드 - 미래를 여는 34가지 질문
김대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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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 하도 많이 들어서 귀가 따가울 정도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우리들이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바깥에서의 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요즘은 학교 수업, 근무, 회의 등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사담을 좀 늘어놓자면, 내가 휴대폰을 잡고 있을 때 애용하는 커뮤니티들이 있다. 같은 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에브리타임, 블로그, 재미있는 글을 올리는 계정을 잔뜩 팔로우해 놓은 트위터, 그리고 유튜브. 이런 커뮤니티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그 내용에 대해 깊이 사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짤막한 영상, 사진, 혹은 단순히 웃음 지을 수 있는 유머러스한 내용들이나 혹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자극적인 범죄, 이슈들이 쏟아져내린다. 읽으면 1차원적인 감각만 살아나고 생각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분은 기능하지 않는 것 같다. 사색하는 시간을 내지 않고 살아가는 것. 지금 당장 어떤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삶의 질적인 부분에서 손상을 입게 될 수 있다. 내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내가 주인인 삶을 살지 못하게 된다. 그 사색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바로 『김대식의 키워드: 미래를 여는 34가지 질문』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34가지의 키워드를 가지고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part1, part2, part3 로 나뉘어져 있고 외로움, 펜데믹, 음모론, 악, 예술, 사랑...등의 주제를 가지고 쓴 3~4장의 짤막한 글이 계속 이어져있는 형식이다.


우리가 보통 문과와 이과를 구분해 생각하지만, 사실 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과학 기술을 말할 때는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하기 위해서 철학이 등장해야 한다. 또, 과학 기술의 동향을 살펴볼 때면 과거의 일을 거울로 삼지 않을 수 없기에 역사를 말해야 한다. 그렇기에 인문학과 과학의 언어로 써진 글, 『김대식의 키워드: 미래를 여는 34가지 질문』 같은 글은 꼭 필요하다.


인상 깊게 읽었던 키워드 몇 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팬데믹: 인류의 동반자


“너무나도 복잡해진 세상에서 여전히 단순한 원인을 기대하는 인간에게 재앙은 언제나 누군가의 ‘죄’에 대한 ‘벌’이며, 죄를 씻어내고 뿌리 뽑아야만 세상은 다시 안전하고 행복해질 수 있어 보였다.” 24p


“과학과 기술은 인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 하지만 인류를 현실의 불행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논리와 이성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8p


인과관계를 이해하도록 만들어진 뇌 때문에 항상 원인과 결과를 찾으려고 하는 인간이다. 펜데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전염병이 창궐하면 그 이유를 어떤 민족이나 종교 집단 등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몰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이다. 원인을 찾으려고 특정 집단을 꼬집어 비난하거나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에게 원인을 돌리고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 기술과 논리로 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도시: 제 2의 바벨탑


기원전 등장한 초기 대도시는 자연의 연장선이었다. 하지만 인류 첫 메트로폴리스 ‘우루크’이후의 도시는 자연과의 단절을 의미하게 되었다. 오히려 도시의 인프라와 무역 네트워크 없이는 살기 힘들어졌다. 20세기의 개개인은 도시라는 기계를 돌리는 톱니바퀴가 되어 버렸고, 작고 힘없는 개인을 대신해서 자아의 두려움을 해소시켜주겠다는 이데올로기가 등장한다. 바로 전체주의 사상의 나치와 소련 공산당이다. 그리고 미래의 대도시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속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과거 도시의 기원이 자연으로부터의 안식처, 자연과의 단절이었다면 현대 도시는 현실로부터의, 실제 세계로부터의 도피와 단절로 형성되는 게 아닐까. 올덕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속 사람들은 ‘소마’라는 약을 복용하여 조금이라도 불편한 상황이 닥치면 회피하고 쾌락에 빠져든다. 어쩌면 그 ‘소마’가 가상현실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진 게 아닐지.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도피를 통해 현실의 고통을 무마시키면 따라오는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상: 보고픈, 외면하고픈, 상상하는


“세상은 아마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인식하는 순간 세상은 더 이상 논리적으로 독립적인 존재가 아닌 ‘나’라는 존재의 한 부분이 된다.” 78p


“하지만 언어의 해상도가 인식의 해상도보다 낮기에 우리는 서로 다르게 보는 세상을 동일한 단어를 써서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79p


“언어라는 불완전한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순간, 인간은 무한으로 다양한 세상을 단 하나라고 착각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80p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각자 다르지만, 그걸 잘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언어의 한계 때문이다. 내가 사는 세상이 전부라는, 좁은 시야를 가지고 살아왔다는 걸 깨닫게 된 글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주어로 놓고 글을 쓰는 것, 타인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부지런한 사랑이라고 이야기한 이슬아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세상은 단 하나라는 생각이 착각이라는 걸 인지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중 하나가 남을 주어로 두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해서 그 착각이라는 것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책의 만듦새에 대한 내용 역시 뺴놓을 수 없다. 뇌과학뿐만아니라 철학, 예술, 역사 등의 분야를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저자답게, 글의 서두는 대부분 왼편 실려 있는 그림에 관한 이야기다. 책을 읽을 때 꼭 한번 그림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데 그림에서 알아볼 수 있는 색들은 노란색과 파란색 뿐이다. 그리고 그 그림 위에는 키워드에 맞게 매우 현대적인 아이콘이 그려져 있다. 예를 들면, 키워드 ‘게임’에서는 검투사끼리 죽고 죽이는 원형경기장의 풍경을 담은 그림에는 노란색으로 GAME OVER라는 글자가 쓰여져 있다. 오히려 노란색과 파란색의 테마가 단순히 옛 그림을 감상하는 ‘인문학 산책’용 책이 아님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펜데믹 시대에서 살아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으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다고 쉽게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책은 정답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다. 사유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역할을 한다. 나도 사색이란 걸 해보고 싶다, 펜데믹 시대에 걸맞는 교양을 읽어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에게 『김대식의 키워드; 미래를 여는 34가지 질문』을 추천한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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